동정민 파리 특파원
10일 인질 구출 작전 도중 사망한 군인들의 14일 영결식까지 닷새 동안 지켜보면서 떠오른 건 공자가 논어에서 강조한 ‘정명(正名·이름에 걸맞은 역할과 행위가 실천돼야 한다) 사상’이었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이 모두 제 도리를 다하는 모습 속에 선진국으로서의 국가관과 애국심은 성숙해 있었다.
군주는 군주다워야 한다(君君). 9일 밤 인질 구출 작전 수행을 최종 지시한 건 국군통수권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아무리 여행 자제 지역에 갔다고 하더라도 자국민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14일 추도식에서 “구출 작전은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다”며 “프랑스를 공격하는 자들은 우리가 결코 무릎 꿇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한 리더의 면모를 보였다. 구출한 국민을 고국으로 데려오는 데는 48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직접 군 공항에 나가 그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다만 두 병사를 잃게 만든 무분별한 여행객들을 맞는 그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나 눈길은 없었다. 14일 영결식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숨진 두 군인 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10분 이상 위로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父父). 28세인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를 떠나보낸 아버지 장뤼크 씨는 영결식에서 아들의 사진을 든 채 울음을 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확고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결말은 슬프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고 그 미션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 롭스는 “숨진 두 군인의 가족 누구도 자식들이 위험에 처한 일을 한 데 대한 원망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子子). 구출 당시 테러범의 발포에도 인질들의 안전을 생각해 대응사격을 하지 않고 몸으로 뛰어들다 목숨을 잃은 두 젊은 군인은 자신의 임무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국민(國民)’도 국민다워야 한다. 영결식 날 수많은 프랑스 국민은 거리로 나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정성껏 맞았고 남은 가족들을 위해 10만 유로가 넘는 성금을 모았다. 이번 사건에서 ‘정명 의식’을 지키지 못한 건 국가가 가지 말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 두 명의 프랑스 여행객들이었다. 이들이 프랑스에서 비난을 받는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도리를 알고 업무를 정확히 수행할 때 국가는 국가다워진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