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15일 개최한 ‘가족호칭 토론회’ 현장.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지원 정책사회부 기자
15일 여성가족부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주최한 ‘가족호칭 토론회’에서 나온 호칭 변화 사례다. 남편의 여동생만 ‘아가씨’로 높이는 게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바꾼 호칭이다. 이날 토론회는 성차별적인 가족 호칭을 바꿔 사용한 시민들의 응모 사례를 소개하고 좋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우선 전근대적 호칭에 대한 개선 사례가 발표됐다. 대표적인 게 ‘시댁과 처가’를 ‘시가와 처가’로 바꾼 것이다. 올 4월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응모에서 이를 제안한 시민은 “바꾸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원래 친했던 누나가 형과 결혼한 뒤 자신을 ‘도련님’이라 부르며 서먹해지자 이름을 부른다고 밝힌 사례도 있었다. “서먹한 호칭보다는 진짜 가족이 되는 게 좋다”고 말한 시민도 있었다. 아이들이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를 부르기 어려워 해 ‘최고할머니’ ‘최고할아버지’로 바꾼 사례까지 다양한 호칭 변화가 소개됐다.
변화한 시대 상황에 맞춰 언어를 바꾸는 것은 중요하다.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표현에는 시댁에 며느리가 일방적으로 헌신해 온 성차별적 문화가 담겨 있다. 토론회에서 소개된 1966년 2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7형제 집 맏며느리가 “코를 줄줄 흘리는 네 살배기 시누한테 아기씨 소리가 안나오더라”며 불평하는 내용이었다. 50여 년이 흘러 성평등 사회가 됐는데도 불합리한 호칭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호칭은 고유한 전통을 담고 있어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하에 바뀔 수 있다.
호칭 변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 1월 국민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3만85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남편의 가족만 높여 부르는 것에 대해 98%가 ‘문제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안 호칭’을 제안할 계획이다. 호칭에는 사람 간의 관계가 대등한지, 서로 존중하는지가 녹아 있다. 모두가 인격적으로 평등한 지금 사회상에 맞게 친근하고 부르기 편한 호칭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사지원 정책사회부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