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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24시간 대응… 경찰-의사 함께 출동한다

입력 | 2019-05-16 03:00:00

복지부, 보호-재활 우선조치 발표
‘응급개입팀’ 17개 시도로 확대, 24시간 진료기관 하반기 지정
저소득층엔 5년간 치료비 지원
재정 확보 대책 빠져 실효성 의문




정신질환 난동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과 함께 출동하는 ‘응급개입팀’이 내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확대 운영된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은 두 배로 늘린다. 저소득층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외래 치료비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이런 내용의 ‘중증정신질환자 보호 및 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24시간 응급대응 체계를 갖추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를 조속히 파악해 강력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증정신질환자는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입원 중이거나 정부에 등록된 환자는 16만9452명이다. 나머지 33만여 명은 치료를 거부하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환자다. 이번 대책은 이들을 정부 관리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현재 서울과 인천 등 5개 광역자치단체에서만 운영 중인 ‘응급개입팀’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의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경찰, 구급대원과 함께 출동해 정신질환 유무를 평가한 뒤 맞춤형 대응을 하는 조직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정신질환 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한다. 의료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꺼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정신질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저소득층 조현병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면 발병 후 5년까지 외래 치료비를 지원한다. 경찰이나 지자체장에 의한 응급입원, 행정입원 환자는 국비로 치료비를 지원한다. 지역별로 정신질환자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 관리 사각지대로 숨어드는 정신질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기로 했다. 주민 신고가 잦거나 경찰 의뢰로 파악된 정신질환자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발굴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는 2021년까지 785명이 충원된다. 직원 1인당 관리 대상은 현재 60명에서 25명으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초기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견해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국내 조현병 환자가 발병 후 치료까지 걸리는 시기는 평균 56주에 이른다. 이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2주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 환자는 조기 치료를 받으면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재정 확보가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은 대체로 보건 예산의 5%가량을 정신건강 관리에 쓴다. 하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1.5%(지난해 기준 약 17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계약직이 다수인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처우는 열악하고 교체가 잦아 전문성을 쌓기 쉽지 않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법원 등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는 사법입원제 도입과 퇴원 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외래 치료를 강화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