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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기 시작한 방망이… 두고 보자, 바뀐 공인구

입력 | 2019-05-16 03:00:00

기온 오르면 타율도 상승




경기장의 기온이 28도 가까이 올랐던 14일, 사직야구장을 찾았던 롯데 팬들은 이대호의 화끈한 연타석 홈런포에 묵은 체증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날 이대호는 2회에는 오른쪽 담장을, 4회에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연타석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경쟁 가세를 예고했다.

날이 점차 더워지고 기온이 오르면서 리그 초반 침체되어 있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거워지고 있다. 개막 초기에 비해 KBO리그 전체의 평균 타율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KBO리그가 개막한 3월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월별 하루 평균 기온은 서울 기준으로 7.4도→12.1도→17.9도로 변했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의 평균 타율은 3월 0.251에서 4월에는 0.271로, 5월에는 0.279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14일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이대호는 월별 타율이 3월 0.241에서 4월 0.293으로, 5월에는 0.451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KIA 최형우도 0.241→0.275→0.302로 타율이 꾸준히 올랐고 SK 최정도 3월 0.115의 저조한 타율에서 4월에는 0.303으로, 다시 5월에는 0.340으로 타격감이 좋아졌다.

매일매일의 기온과 타율 변화를 살펴봐도 타자들이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가 KBO 및 기상청과 함께 프로야구 개막일인 3월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일 타율과 기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전에 비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리그 전체 타율도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3월 29일에 비해 기온이 4도 떨어졌던 3월 30일 타자들의 타율은 하루 전의 0.282에서 0.218로 크게 떨어졌다. 기온이 9.2도→7.1도→9.5도로 오르락내리락했던 지난달 9∼11일에는 타자들의 타율도 0.273→0.231→0.264로 함께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인 오후 2시경 경기가 펼쳐지는 일요일 경기의 타율이 유독 높았던 점도 이 같은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하루 평균 기온이 9.6도로 낮았던 지난달 14일 5경기 평균 타율은 0.292를 기록했다. 비슷한 기온에 저녁 경기가 펼쳐졌던 같은 달 9일(0.273), 11일(0.264)보다 높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공인구 효과는 폭염이 시작되기 직전인 5, 6월 경기를 치러 봐야 알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리그가 시작한 3월 기온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기온이 5도가량 낮아 타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투수와 타자의 경기 패턴 차이가 이 같은 타율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추운 날은 몸에 열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투수는 계속해서 공을 던지면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타자는 더그아웃에서 체온이 다시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타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타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검증된 바 있다. 미국 네바다주립대가 메이저리그 2만9150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날씨의 영향’ 논문을 보면 기온이 10도(화씨 50도) 이하일 경우에 비해 32도(화씨 90도) 이상인 날 아메리칸리그의 평균 타율은 약 10%(0.024∼0.028), 내셔널리그의 타율은 5%가량(0.013∼0.01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전남대에서 기상청, KBO 등과 공동 연구한 결과 기온(지열 기준)이 10도 오를 경우 장타력이 12.6%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