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퇴사후 재취업 준비 24세女 “허리 다쳐 모아놓은 돈 다 사용, 수당 없으면 공부 포기해야할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22세 男 “세금낭비란 비판 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 돕는다 이해했으면”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한 달에 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주 30시간 이상 일하고 있거나 3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로 정기 소득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성 현금복지이며 사지 멀쩡한 청년에게 돈을 뿌려 나태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 만난 청년수당 수혜자들은 이런 시선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자신들의 사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2년 9개월간 일했다는 김지연(가명·24·여) 씨도 그랬다. 경리 업무 등을 맡았던 김 씨는 일을 하면서 학사학위를 따고 싶어졌다. 임금에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주어지는 업무가 대졸 입사자와 차이가 있고 실제로도 역량에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허리디스크를 심하게 앓다가 김 씨는 재작년 7월 퇴직했다. 그간 모은 돈은 모두 치료에 썼다. 고정 직업 없이 불규칙적으로 일하시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긴 미안했다.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재취업할 생각인 김 씨에게 청년수당 50만 원은 의미가 크다. 3학점짜리 강의가 과목당 3만∼5만 원인데 학위를 따려면 140학점 이상을 수강해야 한다. 김 씨는 “몸이 더 좋아지면 아르바이트라도 하겠지만 당장은 청년수당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청년들이 청년수당을 받아서라도 일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구장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호준 씨(22)는 구 홈페이지에서 청년수당 공고를 봤다. 그저 몇 달 돈을 받는다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라도 숨을 돌리고 진로 계획을 짜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청년수당을 신청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라는 이 씨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세대 간에 서로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일할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의 연금을 책임지지 않겠느냐. 기성세대의 몫을 빼앗는다고 보지만 말고 미래를 위해 우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나래 씨(30·여)는 청년수당이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이해한다고 했다. 김 씨는 “막노동이라도 하라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진로를 잘 정하고 싶다”며 “청년실업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다. 젊다고 모두가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년수당을 받아 증명사진을 다시 찍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독서실 비용을 내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청년수당 신청자는 1만3945명으로 2.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수당 수혜자의 미취업 기간은 만 19∼24세(1800명)가 8개월 이상, 만 25∼29세(1763명)가 38개월 이상, 만 30∼34세(1785명)가 36개월 이상이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