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양보없는 기싸움
强 vs 强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미 루이지애나주 핵베리의 캐머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를 방문해 에너지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연설하며 두 손을 불끈 쥐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돼지저금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왼쪽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서 “자기 문명을 우월하게 여기면서 다른 문명을 개조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핵베리·베이징=AP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은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겠다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전에만 10건의 ‘폭풍 트윗’을 날리며 전의를 다졌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모든 이들이 털어가고 이용하고 싶어 하는 ‘돼지저금통(piggy bank)’이다. 더는 아니다”며 손해 보는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중국)이 잃고 있으며, 잃게 될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늘 그렇듯이 아마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만약 우리 연준이 이와 필적하는 일을 한다면 ‘게임오버’가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우위에 설 수 있다며 연준의 지원사격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미국 농가를 돕기 위해 약 150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집안 단속’에도 나섰다. 중국이 6월 1일부터 관세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상품에는 축산물, 냉동 과일, 채소 등이 대거 포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빠르면 15일 오후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우려가 있어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중국도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서 “자기 인종과 문명이 우월하다고 여기면서 고집스럽게 다른 문명을 개조하려거나 심지어 다른 문명을 대체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평등과 상호 존중을 견지하고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3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중화민족은 5000여 년간 온갖 비바람을 겪었다”며 “싸우자고 하면 끝까지 상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기류 탓에 미국과 중국이 함께 협력하며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가 더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산업계에서 최근 무역전쟁 격화로 양국이 상호 의존을 끝내고 결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고 14일 보도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