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이끄는 5060 눈길 쇼핑계 ‘실버 인싸’들 온라인 구매 증가율 전 세대중 가장 높아…
주부 임정숙 씨(62)는 얼마 전 냄비와 프라이팬을 온라인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독일 현지에서 직접 보내주는 상품으로 배송 기간만 2주 이상 걸렸지만 백화점보다 20% 가까이 싼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었다. 임 씨는 “딸에게 해외직구 방법을 배운 후 수입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사고 있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브랜드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보내 주는 제품이라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3년 전 은퇴한 김모 씨(66)는 요즘 미국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유명 할리우드 영화를 빼곤 해외 콘텐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그는 주변 추천을 받아 넷플릭스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넷플릭스는 일정 금액을 내면 영화, TV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김 씨는 영상을 휴대전화로 보기 위해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도 최근 구입했다. 그는 “은퇴 후에는 어울리는 사람들이 적어져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어려웠는데 요즘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관심 가는 영상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낸다”면서 “자녀들과도 공통 화젯거리가 많지 않아 대화가 적었는데 요즘 미국 드라마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보였던 해외직구를 즐겨 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50, 60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른바 ‘실버 인싸’(유행을 좇으며 무리에 잘 섞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다.
16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60대 고객의 온라인 구매 증가율은 3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50대가 28%로 뒤를 이었고 20, 30대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주로 해외 명품이나 모피 등에 큰돈을 써왔던 50, 60대 고객들이 캐릭터가 그려진 의류나 해외시계 등에 눈을 돌리면서 백화점 인기 품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성 있는 패션에 대한 50, 60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패션 편집숍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등 7곳에서 운영 중인 ‘모디움’은 모자, 머플러, 액세서리와 지팡이, 패션 돋보기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돋보기나 지팡이에도 개성을 담으려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5060 세대를 위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활용법이나 뷰티 관련 문화 강좌도 하루 만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