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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구자룡]동대문 패션 밸리

입력 | 2019-05-17 03:00:00


K패션의 메카인 동대문 패션시장에서는 밤새도록 현란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단순한 도소매시장을 넘어 의류디자인, 생산, 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의류산업 클러스터로서 한때 일본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서 견학을 오고 1995년 외국인전용 구매상담소도 생겼다. 특히 급변하는 시장 수요와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대문 모델’을 창조해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 덕분에 해외에서도 서울 관광의 랜드마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신 유행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엿볼 수 있는 패션의 중심지이면서 24시간 잠들지 않는 곳.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열정과 에너지를 체험하는 데 동대문 시장만큼 매력적인 명소도 드물다.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심야 쇼핑을 위해 동대문 시장에 깜짝 등장했다. 예전에도 주목받긴 했으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층 각광받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3년 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시장 경기도 타격을 입었다.

▷점포 수가 약 3만 개인 동대문 시장에 빈 점포가 5000개를 헤아리는 등 110여 년 전통의 동대문 시장이 요즘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온라인쇼핑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그중 하나로 중국 광저우시에 형성된 ‘광저우 의류시장 클러스터’도 지목된다. 광저우 의류시장 클러스터에는 310여 개의 크고 작은 의류 도매시장에 점포만 줄잡아 20만∼30만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각 시장이 가격(중고가와 저가) 품목(아동 여성 모피 등) 지역(한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등으로 특화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시장 위치와 품목, 가격, 할인행사 등도 자세히 소개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동대문 시장의 패션을 베끼거나 우수한 디자이너를 유치해 갔던 곳이 지금은 전 세계 중개상이 몰려와 각종 의류를 주문 제작해 간다.

▷동대문 패션밸리는 현재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매출 17%, 수출 21%, 고용 26%를 차지한다. 중국 패션시장이 압도적 규모로 동대문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곤 해도 아직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광저우 시장 안에도 ‘한국 주문 제작 제품’ 전문상가가 있을 만큼 동대문 패션밸리는 세계 패션 추세를 읽는 창의성과 순발력, 감각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700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제공장이 실핏줄처럼 연계된 동대문 의류시장. 또 한 번 힘차게 날아오를 활력을 되살릴 수 있도록 혁신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