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유행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엿볼 수 있는 패션의 중심지이면서 24시간 잠들지 않는 곳.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열정과 에너지를 체험하는 데 동대문 시장만큼 매력적인 명소도 드물다.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심야 쇼핑을 위해 동대문 시장에 깜짝 등장했다. 예전에도 주목받긴 했으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층 각광받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3년 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시장 경기도 타격을 입었다.
▷점포 수가 약 3만 개인 동대문 시장에 빈 점포가 5000개를 헤아리는 등 110여 년 전통의 동대문 시장이 요즘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온라인쇼핑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그중 하나로 중국 광저우시에 형성된 ‘광저우 의류시장 클러스터’도 지목된다. 광저우 의류시장 클러스터에는 310여 개의 크고 작은 의류 도매시장에 점포만 줄잡아 20만∼30만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각 시장이 가격(중고가와 저가) 품목(아동 여성 모피 등) 지역(한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등으로 특화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시장 위치와 품목, 가격, 할인행사 등도 자세히 소개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동대문 시장의 패션을 베끼거나 우수한 디자이너를 유치해 갔던 곳이 지금은 전 세계 중개상이 몰려와 각종 의류를 주문 제작해 간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