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 베이징=AP 뉴시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서구 문명의 원류이자 중심은 그리스, 아시아 문명은 중국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베이징 현지 문화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했다.
시 주석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다른 문명을 개조, 대체하려는 건 어리석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을 문명과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싸우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무역협상 과정에서 법률까지 바꾸라는 미국이 시 주석 눈에 분명 위협으로 보였을 것이다.
미중 갈등 와중에 아시아 운명공동체를 들고나온 시 주석이 상정한 적은 미국일 것이다. 시 주석은 “아시아문명대화대회는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에 공동 대응하는 문화 문명 역량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해 온 아시아가 단결해 함께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날 저녁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시아문명대화대회 축하 공연에서 사회자들은 “큰 가족 아시아” “아시아는 친척과 친구”를 반복했다.
시 주석은 “중화문명은 아시아 문명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며 중국 중심주의를 드러냈다. 저녁 공연은 시 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 공연단이 무대에 올라 전통 공연을 이어갔다. 행사 전반부에 북한 등의 공연이 끝난 뒤 훨씬 큰 규모의 중국 공연단이 등장하자 무대에 남아 있던 각국 공연단이 중앙 자리를 양보하고 옆으로 비켜서는 광경은 중국 중심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시 주석은 개막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각국과 영화 TV 교류, 관광 촉진 계획을 실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모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3년 넘게 한국에 제재를 유지하는 분야를 거론한 것이다. 개방과 포용의 강조가 이율배반임을 선명히 보여준 셈이다. 급히 준비한 티가 역력한 이번 대회는 급격히 힘이 세지면서 세력을 넓혀가는 중국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숙제를 던졌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