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GS리테일 ‘고용 실험’ 청각장애-뇌병변-발달장애 등 3명… 두달 직무훈련후 日4시간씩 근무 “일할 수 있어 너무 재미있어요” “고객상대 무리” 우려 깨고 적응… 상품 정돈-청결 관리는 더 잘해 돌발상황 대처 능력은 과제
15일 장애인복지관인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입구에 있는 GS25 늘봄스토어. 직업훈련교사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박지환 씨(27)는 유통기한이 15일로 적힌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유통기한이 16일인 도시락 앞에 놓았다. 도시락 진열을 마치고는 컵라면 매대로 갔다. 종류별로 놓인 컵라면 중 제품이 빈 곳을 찾아 하나씩 채워 넣었다. 제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줄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지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이 편의점에서 점원 훈련을 받고 있다. 상품을 진열하고 유통기한을 점검하며 매장을 청소하는 것 등을 배웠다. 앞으로 계산대에서 상품 결제를 하는 과정 정도만 배우면 된다. 그는 조만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서 입사 면접을 볼 예정이다. 면접을 통과하면 GS25 직영점에 배정돼 일하게 된다.
그런 인식과 현실을 깨고자 서초구와 GS리테일은 지난해 10월 협약을 맺고 장애인들에게 점원 교육을 실시한 뒤 심사를 거쳐 채용하기로 했다. 올 1월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 GS25 편의점을 열어 이들의 업무 실습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의 GS25 늘봄스토어에서 박지환 씨(오른쪽)가 강봉숙 센터 직업훈련교사(가운데)에게서 상품 결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1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직무훈련을 한 뒤 지난달 정식 점원이 된 양창빈 씨(왼쪽)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편의점 점원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에 대해 GS리테일 내부에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업을 기획한 이선규 GS리테일 인사기획팀 과장은 15일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박관념이 있는 걸로 보일 만큼 정확함을 추구하는 성향 등 일부 지적장애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은 상품 정돈과 매장 청결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남은 과제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점원이 장애인인 걸 알고 함부로 대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 이 과장은 “장애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과 함께 시민의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와 GS리테일의 시도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의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센터 관계자들이어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언행이 대부분 배어 있다. 그러나 박 씨를 시작으로 앞으로 고용되는 장애인은 일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장애인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기 어렵다는 편견의 장벽을 깨뜨리게 된다. 유통업이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최근 청년실업률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장애인들은 더욱 고통을 겪고 있다. 장애인의 최대 소망인 자립 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