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첫 협의회는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의외로 큰 보람을 느꼈다. 다양한 유관기관 종사자로 구성된 협의회에서는 외국인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2차 회의 때는 그전에 나왔던 제안에 대한 경찰의 검토 결과를 듣고, 각 위원이 그동안 모았던 사례를 공개했다. 물론 모든 이슈를 100%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경찰에서 깊은 관심과 노력을 보였고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112에 신고할 때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인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의견이 나오자 몇 개월 만에 다누리콜센터와 협력해 3자 통화로 13개 언어 동시통역이 가능해졌다.
한국의 외국인들이 경찰에 느끼는 불만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출신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미국인들은 민원인의 폭언을 듣고 가만히 있는 한국 경찰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된다. 경찰이 너무 나약하다”고 불평한다. 독재국가나 경찰이 매우 부패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은 한국 경찰의 성실한 모습을 존경한다. 그런가 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자주 나오는 불만도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바로 “경찰이 무조건 한국인 편만 드는 것 같다”는 불만이다. 외국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 많이 안타깝다. 내가 만난 외사계 경찰들은 모두 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외국인에게 친절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순찰을 하지 않고 골목에 경찰차를 세워둔 채 안에서 쉬는 경찰을 자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찰은 많은 외국인 행사에 참석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범죄예방 교육에 나선다. 외국인 자율방범순찰대도 운영하며 지역 네트워킹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 사이에 퍼진 이러저러한 소문들에 대해 사실을 알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사실 외국인이 얽힌 사건을 맡은 한국 경찰은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다. 보통 외국인을 만나면 그가 흥분하거나 충격 상태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경찰이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알지만 범죄나 사건과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나 절차는 잘 모른다. 물론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편이지만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들이 한국에서 법적으로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경찰에 계속 많은 의견을 내겠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