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우리 조합원만 채용하라”… 현장 몰려가 집회 열어 공사방해 반강제적 ‘불법 단협’ 체결 압박 노조법엔 사용자만 처벌 규정… 노조 불법행위는 사실상 손 못대 고용부 작년 시정명령 내리고도 기한 5개월 넘도록 수수방관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김종범 판사는 지난달 1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타워크레인조합) 이사장 한모 씨에게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타워크레인조합 측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2017년 10월 맺은 단체협약과 관련해서였다.
양측은 단협에 ‘회사는 현장 발생 시 조합원을 채용한다’고 명시했다. 일감이 생기면 건설노조 노조원을 채용한다는 약속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노조법에선 ‘사용자는 근로자가 특정한 노조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단협이 노조의 요구로 사측(타워크레인조합)과 노조가 함께 체결했는데도 사측만 처벌받고 노조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행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건설노조는 이렇게 체결한 단협을 근거로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노조원 채용을 늘리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인력 전부를 건설노조원만 쓰라고 요구하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다른 노조와 충돌을 빚기도 한다.
단협으로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를 막을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노조법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런 ‘불법 단협’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노사 양측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용부는 건설노조와 타워크레인조합이 체결한 단협 중 조합원 채용을 명시한 내용이 위법하다며 지난해 10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시정기한(지난해 12월 10일)이 5개월이나 지나도록 단협이 고쳐지지 않았는데도 고용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검찰 송치를 통해 형사처벌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불법 단협’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체결돼 있는지 2016년 3월 조사했지만, 그 이후로는 실태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노조를 제재하지 못하는 노조법 조항을 개정하고 처벌 수위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법집행도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