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설의 시대 1·2/김탁환 지음/320쪽, 324쪽·각 1만3000원·민음사 ‘대소설의 시대’ 펴낸 소설가 김탁환
김탁환은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과 사회파 소설을 주로 쓴다. 신작 장편에서는 조선 후기 100년간 지속된 ‘대소설의 시대’를 되살려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남녀가 모든 면에서 유별하던 시대. 놀랍게도 대소설을 쓰고 즐기던 이들은 여성이었다. 잦은 전쟁으로 남성이 부재한 상황이 재능 있는 여성들을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1800년대를 지나 개화기를 거치며 대소설의 맥이 뚝 끊긴다.
소설가 김탁환(51)의 신작 장편 ‘대소설의 시대 1·2’(민음사)는 잊혀진 여성 소설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개화기 이후 애국과 계몽을 강조한 소설이 주도권을 쥐면서 대소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작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실제 작품 제목으로 목차를 구성했다”고 했다.
역사 소설, 사회파 소설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뜻깊다. 학자로서의 길과 소설가의 삶 모두를 대변하는 ‘인생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 후기 한글 장편소설’을 전공하던 박사 과정 때 첫 역사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당시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대소설 덕분에 장편 작가의 근력이 돋았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더 멋진 이야기를 향한 열망으로 움직인다. 낮엔 교수로, 밤엔 작가로 살던 그가 전업 작가를 택한 것도 오롯이 이야기의 마력에 이끌려서다. 사표를 낸 건 “인생 최고의 한 수”였다.
“역사 소설을 쓰면 두 개의 시대에 머무르는데, 시대의 간극이 주는 긴장과 희열이 엄청납니다. 독자가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잠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작가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이순신, 황진이, 허균 등 그는 굵직한 역사적 인물을 작품에서 다뤘다. ‘주먹을 쥐고 걸을까 펴고 걸을까. 어떤 반찬부터 집을까….’ 시대와 인물을 통째로 소화한 뒤 인물에 빙의해야 비로소 글이 나온다고 한다.
소설, 특히 장편 소설은 근육으로 쓰는 장르라고 말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 스티븐 킹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들을 탐구한 끝에 얻은 결론은 “인생은 단순하게, 소설은 복잡하게”.
“소설에는 무섭게 몰입하되 일상에선 심각해지지 않습니다. 70대까지 백탑파를 비롯해 역사 속 인물들과 뛰놀아야 하니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