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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인간과 다른 모습의 문어… 어떻게 높은 지능 갖게 됐을까

입력 | 2019-05-18 03:00:00

◇아더 마인즈: 문어, 바다, 그리고 의식의 기원/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김수빈 옮김/365쪽·1만6000원·이김




구리가 들어있는 문어의 피는 청록색이다. 또 단단한 곳이 거의 없이 신경질로만 이뤄진 문어의 몸은 눈보다 조금 더 큰 구멍은 거의 모두 통과할 수 있다. 정해진 형체가 없어 흐물흐물한 이 독특한 생명체는 인간과는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어도 인간처럼 의식을 갖고 있다.

문어의 높은 지능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문어는 실험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수조의 하수구를 막아 사방을 물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연구원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한다. 또 냉동식품을 먹이로 주자 어떤 문어는 연구원을 향해 보란 듯 먹이를 하수구에 던져버린다.

저자와 문어의 만남은 2009년 호주 동부의 푸른 바닷속에서 이뤄졌다. 조가비가 산더미처럼 쌓인 이곳에 문어들의 집단 서식지가 있었다. 여기서 만난 문어와 갑오징어들은 새로운 대상에게 왕성한 호기심을 보였다. 어떤 개체는 다리로 저자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헤엄쳐 다니기까지 했다.

‘옥토폴리스’라고 명명한 이곳에서 경험한 문어와의 만남과 직접 촬영한 사진을 저자는 사고 실험과 곁들여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정반대의 모습인 문어가 어떻게 지능을 갖게 됐는지 진화론과 철학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 깨닫게 되는 건 겸허함이다. 정신과 신체를 이원론적으로 떼어놓고, 정신은 인간만이 신에게 받은 특권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가. 언어가 없어도 동물들은 사람처럼 얼굴을 기억하고, 인과 관계를 유추하며, 사고에 따라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은 뉴런과 신체의 발달, 즉 몸의 진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다.

바다는 많은 생명이 의식을 갖게 된 기원이다. 이런 바다를 무한정 주어진 선물로 여겼던 인간에 의해 바다가 망가지고 있다. 산소가 없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데드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을 갔더니 비닐봉지가 발견됐다는 우울한 뉴스에 더 많은 인간이 죄책감을 느끼길 바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