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북한이 4일과 9일 발사한 미사일 3발 모두 동일한 종류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KN-23’이라는 식별코드까지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어제도 “한미가 공동으로 발사체 특성과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대신에 정부는 그간 유보해 온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800만 달러 집행을 결정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했다.
정부도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미 한미가 그런 분석 결과를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그게 주한미군사령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 입장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머뭇거리는 이유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결론 나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시험발사’를 금지한 유엔 제재 위반인 만큼 대북 규탄과 경고, 나아가 군의 대응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식량지원까지 추진하는 정부로선 자칫 북한을 자극할까 걱정이 앞서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어떤 위협적 도발인지 규정조차 못한 채 아무 일 없는 듯 넘긴다면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김정은 정권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 뿐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북한과의 관계가 잠시나마 호전된다 한들 오래 갈 리 없고,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면서 우리의 대북 대응태세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남북관계도 정상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