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1분기 실적 쇼크
올 초부터 제조업 전반에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기 부진에 따라 국내 대표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기지표가 활력을 잃는 모습이다. 문제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 수출기업·제조업 전반에서 실적 부진
1분기(1∼3월) 실적에서 낙폭이 가장 두드러진 산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나란히 60% 이상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 쇼크를 주도했다. 국내 기업의 충격은 해외 경쟁 기업에 비해 더 심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삼성전자는 글로벌 매출 상위 15개 반도체 기업 중 매출 감소율이 가장 컸다.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는 두 배 이상인 34% 줄었다.
자동차와 조선 등 대규모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도 올 1분기에 실적이 다소 회복됐지만 전반적으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9%, 21.1%씩 늘었다. 그러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가 줄었다.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가 중첩됐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대중(對中) 수출이 줄었다”며 “이 때문에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기업의 실적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비용 부담이 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이익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분기 5.74%로 전년 동기 대비 3.37%포인트 감소했다. 상장사들이 1000원어치를 팔면 영업이익 57원을 남긴다는 의미다.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장사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을 140조7925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188조7127억 원)보다 48조 원 줄어든 것이다.
○ 기재부 두 달 연속 “실물지표 부진” 진단
국내 실물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2016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진’ 표현을 썼고 이를 두 달째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17일 그린북에서 “3월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등의 생산이 증가한 것은 2월에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보인 데 따른 반등”이라고 진단했다. 3월 산업생산이 2월보다 1.1% 증가한 것을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산업생산 기준으로 1월 증가, 2월 감소, 3월 증가의 흐름인데 1∼3월을 종합하면 계속 내려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경기가 부진하면서 이와 관련된 소비자심리도 조사 이래 처음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 17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4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1.9로, 전월 대비 4.2포인트 내렸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민기 minki@donga.com·허동준·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