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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어머니 치마폭에 감싸여… 언 땅에 꽃피울 대운”

입력 | 2019-05-18 03:00:00

MB-박근혜 정부때 정보경찰, 靑에 올린 ‘역술인 점괘 보고서’ 보니…
“천운의 힘 받아 국운 상승, 아베는 상극-시진핑과는 상생”
‘김정은 귀모양 천한 상’ 내용도




“청와대가 어머니 치마폭에 감싸인 형세이듯이 혼란스러운 기운을 여성인 대통령님의 덕(德)으로 감싸게 될 것.”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4년 12월 경찰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 보고서 내용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2010, 2013, 2014년 말 등 세 차례 이 같은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역술인 불칼 장군’ ‘무녀협회 회장’ 등 유명 역술인과 소위 ‘용하다’는 승려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 말 보고서에는 “대통령님은 지산겸(地山謙)·지풍승(地風升)의 운을 갖고 있어 천운의 힘을 받으며 국운 상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적혀 있다. 이 전 대통령 이름을 풀이하면 겸손한 군자의 덕을 상징하는 ‘지산겸’과 건실하게 자신을 향상하는 ‘지풍승’이 나온다는 것.

2013년 보고서에는 “대통령께도 ‘언 땅에 꽃을 피우는 사주’와 대운(大運)이 오면서 국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대박’을 점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보고서에는 안철수 전 의원을 두고 “팔자주름이 선거 승리에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도 적혀 있다.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 대한 점괘도 등장한다. 2010년 보고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관상학적으로 귀의 모양이 천한 상이기 때문에 정통성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언급돼 있다.

2013년 보고서에는 “(박) 대통령님(金)과 일본 아베(火)는 상극이지만 중국 시진핑(土)은 상생”이라며 한일·한중 관계를 마치 궁합 보듯 전망했다. “불(火)의 기운이 강해 정보기술(IT)·전자기기·화학 분야 성장이 기대되는 반면 제철, 조선 등 물(水) 기운이 강한 분야는 다소 부침이 예상된다”(2013년)는 경제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은 “경찰이 국정 전망을 역술인에게 의뢰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도 황당하지만 국가 비용을 들여 이를 작성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