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팔로어’로 경제성장 이끈 한국, 이제는 창의성으로 길 열며 나갈 때 혁신 실리콘밸리는 자기주도로 업무 몰두 조직은 개개인 마음껏 일하게 독려하고 개인은 스스로 동기 부여된 프로 돼야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대한민국은 빨리빨리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패스트 팔로어를 잘한 덕분에 선진국 코앞까지 왔다. 한데 많은 분들이 말하듯 빨리빨리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했고, 닿을 수 있는 곳엔 다 온 것 같다. 지금부턴 우리가 길을 열면서 가야 한다. 창의성과 혁신이 정말 중요하고 또 요구되는 이유다.
이 일을 최고로 잘하는 곳이 있다. 혁신, 또 혁신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로 시장을 지배하고 독식하다시피 하는 곳. 미국 실리콘밸리 얘기다. 도대체 무엇이 실리콘밸리의 끝없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
그는 기업의 조직을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으로 나눈다. 제조업은 대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상명하복의 위계조직이고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전문성을 존중하고 독려하는 역할조직이 많다. 양 조직은 많은 점에서 다르다. 사람을 뽑는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평가 방식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다르다. 결정적으로 의사 결정 방식이 다르다. 최고경영자(CEO)조차 경영의 전문가일 뿐 윗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결정할 때 CEO는 경영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디자이너가 한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전문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하는 걸까? 혁신은 직원 개개인이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되어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조직’ 외에 ‘개인’도 본다. 그리고 질문을 던져 본다. 실리콘밸리의 개인은 어떻게 일하나? 그들과는 다르게 위계조직에서 일해야 하는 개인은 어떻게 무얼 보고 일해야 하나? 조직이 받쳐주지 않을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많은 직장인들은 고민한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그만둘지, 이직을 할지 창업을 할지. 표면적으로는 회사에 대한 고민 같지만 실은 일은 내게 무엇이고,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좋을지 자기만의 시선이 없어서 겪는 일이다. 즉,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일에 대한 내 시선과 태도의 부재라 생각한다.
책 제목을 다시 보자. 이기적 직장인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이기적으로 일하라는 거다. 여전히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에서 이기적으로 일하라는 말은 오해를 사기 십상이지만 ‘selfish(이기적인)’가 아니라 ‘self motivated professional(스스로 동기 부여된 프로페셔널)’이 되라는 거다. 한마디로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내 커리어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 회사에 기여하라는 거다.
이쯤에서 조금 위험한 발언을 해야겠다. 혁신은 조직이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하는 거라는 것을. 스스로 움직이는 자각된 개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결과로 혁신이 일어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의 조직관리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인 역시 월급을 받는 대가로 회사 일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조직원이기 이전에 개인이고 나 자신이므로.
혹시 많은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들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원으로 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