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보복 주고받은 G2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주문을 대거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 시간) 미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9일 미국산 돼지고기 3247t의 수입 주문을 취소했다. 최근 1년여 만에 취소 규모가 가장 크다”며 “미국 축산업에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월 53t, 3월 999t, 4월 214t 등 돼지고기 수입을 취소할 때가 있지만 이번처럼 3000t 이상 대규모 취소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취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갑작스러운 취소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매체들은 무역협상 중단까지 주장하면서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7일 ‘누구도 중국 인민이 꿈을 실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의 맹목적인 패권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어느 정도 중국 경제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통제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경제 운용에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미 기업이 국가 안보 위험 요소가 있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해 “국가 안보와 미국의 외교정책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가 화웨이와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에 대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한 것이 근거다.
‘무역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이 명단에 등재된 화웨이는 미 기업과 거래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등의 부품을 구매할 때마다 상무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언제든지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에 대한 조치가 중국의 도전을 억제하지만 전 세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핵옵션(Nuclear Option)’”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