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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튀김-술 멀리하고 우엉-무 즐기면 오래삽니다”

입력 | 2019-05-18 03:00:00

‘식탁보감’ 저자 이재성 한의사




한의사 이재성 박사는 우엉과 무를 건강식으로 추천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버지는 식사 때마다 접시저울에 보리밥의 무게를 잰 뒤 정한 양만큼만 드셨다. 당뇨가 시작된 30대부터 80대에 돌아가실 때까지 밥을 저울로 재는 일은 계속됐다. 지병인 당뇨병과 싸우는 법이었다.’

한의사 이재성 박사(50)가 건강한 식단에 관심을 가진 건 이런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매일 아침 서울 종로3가 집에서 남산까지 조깅을 한 게 아버지만의 자기관리법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당뇨병을 비롯해 지방간, 복부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고 치킨 돈가스 등 기름에 튀긴 음식에 술을 곁들이는 식생활이 몸을 망가뜨린 결과다. 그는 “양념을 섞은 ‘단짠’(달고 짠)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기 쉽고 그에 따라 크고 작은 병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건강을 해치는 3가지로 설탕과 튀김, 술을 꼽았다. 그는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은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이는 곧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최근 홍역, 인플루엔자, A형 간염 등 전염병이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균이나 멸균을 강조하는 현대의 위생관이 역설적으로 건강한 장내 생태계 조성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위생가설’을 중시한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조화로움은 체질을 형성하는 데 인간의 유전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출산할 때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아이에게 좋다. 태아가 임신부의 질을 통해 나오면서 질 내 유산균들이 태아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모유에는 분유에 없는 비피도 유산균과 올리고당이 들어 있어 아이의 면역체계를 만들어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박사는 2002년부터 방송과 소셜미디어에서 한의학적 관점에서 건강 정보를 알기 쉽게 소개해 왔다. 그는 일관되게 “잘 먹어야 잘 산다”거나 “알고 먹어야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의 건강한 식단 이야기는 입소문을 탔고, 현재 그의 카카오스토리 채널은 구독자가 44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년 전부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 매주 한 번씩 오디오클립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묶어 ‘식탁보감 1, 2’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 박사에게 몸에 좋은 건강 음식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우엉과 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엉은 이눌린이라는 섬유질이 풍부해 장내 미생물을 살리고 몸의 열을 낮추고 염증을 억제한다. 우엉은 보통 간장 조림으로 먹는데 이보다 살짝 데쳐 된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무는 특유의 매운맛이 항균작용을 하고 아밀레이스가 많아 천연소화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건강식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각종 모임이나 회식에 가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그는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마음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범사에 감사하고 이미 일어난 일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면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를 푸는 해독주스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요즘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행복의샘 한의원’을 잠시 접고 안식년을 즐기고 있다. 그는 “이제 인생의 하프타임(휴식시간)이 된 것 같다.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지는 미정”이라며 “개인적인 에세이를 쓰고 유튜브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