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 1호 귀화 선수로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태풍. KCC와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은퇴의 기로에 섰다. 동아일보DB
2018∼2019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전태풍은 KCC와 재계약에 실패하며 코트를 떠날 위기를 맞았다. 그는 “선수가 아니라면 코치로라도 KCC에 남고자 했으나 구단의 계약 의지가 없었다. 함께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KCC는 “아직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코치를 먼저 선임한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 전태풍과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태풍은 “KCC에서 보낸 마지막 두 시즌은 허무하게 지나간 것 같다”며 씁쓸해하면서도 지난 세월의 좋은 기억도 떠올렸다. “길게 보면 한국에서 농구 선수로서 보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한국을 사랑해서 KBL에 왔는데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세 아이의 아빠도 됐다. 이보다 큰 선물은 없다.”
앞날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어떤 역할이라도 맡겨만 준다면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다. 하지만 나를 받아줄 구단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도 있고 구단과 재계약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도 핸디캡이 아닐지.” 이번에 은퇴를 결정한 하승진과 진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눴다. 전태풍은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지 못한다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어린 유망주를 키워보고 싶다”며 “나는 미국에서 자유롭게 농구를 배웠다. 하지만 한국 농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만의 농구를 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