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7%↓… G20중 낙폭 4번째 원화약세로 외국인 자금이탈 가속… “반등요인 마땅찮아 당분간 부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증시가 이달 들어 주요 20개국(G20) 중 4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나타냈다. 국내 경기가 위축된 데다 주요 기업의 실적마저 악화되면서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미중보다도 한국 증시가 더 크게 떨어진 것이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는 지난달 말 대비 17일까지 6.71%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률은 G20 국가 증시 중 인도네시아(9.74%), 터키(9.03%), 사우디아라비아(7.33%)에 이어 4번째로 높은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대외 변수에 취약한 대표적 국가이며 터키는 금융위기 가능성 탓에 약세를 보였다. 반면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은 6.37% 하락해 한국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미국은 3.12%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에선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이달에만 10%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 대기업 주가도 10%에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규모에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다고 발표한 5일 이후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에만 1조269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여기에 원화 가치 약세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달 초 116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해 17일 종가 기준으로 1195.7원까지 올라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 경제가 반등할 만한 요인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 축소도 예정돼 있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 코스피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