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값비싼 희생 뒤 깨달아… 여전한 현대중, 르노삼성차 노조
하임숙 산업1부장
쌍용차는 적자회사다. 2009년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였다. 그러다 보니 국내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빌리지 못한 지 꽤 오래돼 부채비율이 제로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자동차는 2차례에 걸쳐 자본금을 1000억 원 가까이 지원하긴 했지만 적자회사에 돈을 쏟아붓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쌍용차는 공장가동률을 높여서 수익성을 높여야 구성원들이 월급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노조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경영난이 이어지다 노사 간 극단적 대립 끝에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갔고, 26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던 2009년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위원장이 ‘도울 일 없느냐’라고 질문한 건 공장이 돌아가야 근로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값비싼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쌍용차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별다른 일이 없이 라인 사이를 다니면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도 일 좀 해라.” 쌍용차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올해 초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대주주는 투자하고, 경영진은 차를 많이 팔고, 우리 노동자는 열심히 차를 만들어 회사를 살려야 한다.” 해고자들이 올해 중 모두 복직을 완료하면 쌍용차에는 과거의 과격한 노조 집행부도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사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예전 분위기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11개월이라는 긴 진통 끝에 최근 2018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한 르노삼성차만 해도 그렇다. 임금 인상, 라인 재배치 시 노조 입장 강화 등을 내걸고 작년 10월 이후 62차례나 부분파업을 강행한 르노삼성차 노조는 얻을 건 다 얻고 임·단협에 합의했다.
그사이 회사 경영 상황은 악화됐다. 4월 기준 르노삼성차의 누적 판매량은 5만2930대로 전년 대비 39.6% 급감했다.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올해 10만 대로 예정돼 있다 6만 대로 줄었다. 내년도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21일에 노조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치면 이 회사는 다음 달에 곧장 2019년 임·단협에 또 들어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얼마 전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본사 서울 이전’이 이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은 31일에 기존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회사와 현대중공업이라는 사업회사로 물적 분할을 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로 정하자 노조가 물적 분할을 반대한다며 파업하고 있다.
조선·중공업은 글로벌 수요 위축과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액화천연가스(LNG)선 물량이 늘면서 겨우 숨을 돌리게 된 게 올해다. 더구나 배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앞으로도 여전히 울산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산하에 두고 연구개발(R&D)을 하겠다는 조직이다. 단순한 선박 건조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고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없으니 서울에 본사를 두고 우수 인력을 확보해 R&D에 박차를 가해야 미래가 있다는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다. 이런 판단이 도대체 파업의 대상이 되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