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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인공수정 또 성공… 2년간 총 5마리 낳았다

입력 | 2019-05-20 03:00:00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 반달가슴곰의 발달 여부를 체크하는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연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툭, 툭, 툭….’

규칙적으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해 12월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 어미 반달가슴곰을 재워 진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들린 소리다. 배 속에 자리 잡은 태아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였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연구진은 이때부터 사상 두 번째 인공수정으로 태어날 아기 반달곰을 기다렸다.

국립공원공단은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에서 멸종위기종(2급) 반달곰 어미 2마리가 올 1월 각각 새끼 1마리와 2마리를 출산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2월엔 세계 최초로 반달곰 2마리가 인공수정으로 각각 1마리씩 2마리를 출산했다.

올해 반달곰 3마리가 태어나면서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이 2년 연속 성공한 것이다. 3마리의 아기 반달곰은 현재 어미곰과 함께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곰의 인공수정은 성공하기 매우 까다롭다. 곰은 자연적으로도 특정 시기에만 교배하는 ‘계절 번식’을 하는 데다 영양상태 등에 따라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구나 겨울철 동면 중에 새끼를 출산해 사산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새끼를 출산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강재구 종복원기술원장은 “반달곰 인공수정에 이용된 기법이 향후 팬더곰이나 말레이곰 등 멸종위기의 다른 곰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달곰 인공수정 연구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번식력이 강한 몇몇 곰만이 새끼를 계속 낳고 있어 비슷한 유전자만 대물림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한편 지리산 야생에서도 아기 반달곰 4마리가 새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3마리는 수컷이고, 1마리는 성별을 확인하지 못했다. 종복원센터는 매년 동면기간에 반달곰에 부착된 추적용 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새끼 출산 여부를 확인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2009년부터 자연에서 해마다 2∼5마리의 새끼곰들이 태어나고 있다”며 “지리산과 수도산 일대에 살고 있는 야생 반달곰의 개체 수는 총 64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