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불이행때 ‘감치명령’ 실효 논란
2006년 이혼한 박모 씨(38)는 2016년 전남편 강모 씨(36)를 상대로 자녀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 2017년 10월 법원은 “강 씨는 두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8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혼 후 10년간 주지 않았던 양육비 4050만 원도 함께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강 씨는 법원 판결 후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 씨는 지난해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이번엔 4600여만 원을 분할해 매달 230만 원씩 지급하라는 이행명령이 강 씨에게 내려졌다.
법원의 이행명령에도 강 씨는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결국 박 씨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강 씨에 대한 감치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그리고 법원은 올해 1월 강 씨에 대해 20일간의 감치를 명령했다. 박 씨는 감치명령까지 떨어졌으니 이제는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모 중 한쪽에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감치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양육비 지급명령을 따르지 않는 의무자를 최대 30일까지 감치할 수 있다. 그러나 강 씨처럼 소재 파악이 안 돼 감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비 지급명령 불이행에 따른 감치명령 신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실제 감치로 까지 이어지는 집행률은 낮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을 통한 감치명령 신청은 2015년 142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710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건강가정진흥원이 2015년 3월∼2018년 12월 경찰과 함께 집행을 시도한 189건의 감치 중 실제 집행된 건 30건(15.9%)뿐이다. 양육비 채무자의 실제 거주지나 직장을 알면 경찰이 직접 찾아갈 수는 있지만 적극적인 집행에는 한계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감치는 민사적 제재기 때문에 경찰 업무 중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한번 가보는 정도이고 추가적으로 추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소재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감치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06년 이혼한 후 중학생 두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정모 씨(45)는 올해 전남편을 상대로 감치명령 신청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전남편의 주거지를 알지 못해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서도 아직 전달이 안 된 상태여서 감치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정 건강가정진흥원 소송관리부장은 “위장전입을 하는 등 거주지를 숨기는 양육비 채무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재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선고 후 3개월 내에 감치하도록 돼 있는 기간을 늘리고, 경찰 법원 등 관련 기관이 공조해 감치 집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