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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폭행 현장 지켜본 음식점 주인 “여성 경찰, 그 정도면 잘했다”

입력 | 2019-05-20 03:00:00

‘대림동 여경’ 주취자 대응 논란
경관 뺨때려도 즉각 제압 못해… 온라인서 여성 경찰 무용론 일어
경찰 신고-동영상 촬영 당사자
“여경, 피의자 제압하며 도움 요청… 새로 출동한 男경관이 수갑 채워”




“여자 경찰도 그 정도면 잘했어요.”

19일 서울 구로동의 한 중국 음식점 주인 A 씨는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이날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 동영상’을 찍은 당사자다. 동영상에 담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곳은 구로동이다. 하지만 A 씨가 찍은 것을 편집한 영상이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 논란’이란 제목으로 오르면서 대림동으로 잘못 알려졌다. 이 영상에는 여자 경찰관이 술에 취한 남성을 제압하다가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자 경찰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됐다.

본보는 A 씨 등 현장 목격자들의 얘기를 듣고 당시 상황이 담긴 이 음식점 외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목격자 진술과 CCTV 내용을 종합하면 13일 오후 9시 50분 A 씨 부부는 술을 마신 손님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로경찰서 소속 B 경장(여)과 C 경위는 술에 취한 중국동포 남성 2명에게 여러 차례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동포 남성 중 한 명은 이에 응하지 않고 C 경위의 뺨을 때렸다. C 경위는 곧바로 중국동포 남성의 팔을 비틀어 땅에 넘어뜨렸다. 이때 다른 중국동포 남성이 C 경위의 몸을 잡아당겼다. B 경장은 무전기로 ‘추가 인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B 경장은 바닥에 넘어져 있던 중국동포 남성의 등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 경장이 시민의 도움을 받아 수갑을 채웠다는 의혹이 일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2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B 경장은 중국동포 남성을 무릎으로 누르며 “남자분 나오세요”라고 소리치고 있다. 곧이어 화면이 검게 변했다. “채워요?”라고 묻는 남성의 목소리만 녹음돼 있다. 한 여성이 “채워요. 빨리 채워요”라고 답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A 씨는 “여자 경찰관이 도와달라고 했고 나도 도와달라고 한 건 사실이지만 수갑을 채운 건 새로 출동한 남자 경찰관”이라고 말했다. A 씨 남편도 “경찰이 도와달라고 해서 잡고 있었을 뿐 내가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인근에서 신호 점검 중이던 교통과 경위가 달려가 수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친구들에게 영상을 보냈는데 그중 한 명이 인터넷에 올렸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