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뛰어넘은 K팝]K팝 작년 日매출 2984억원 사상최고
과거사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일본 내 K팝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7∼19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한류 문화 축제인 ‘K콘(K-CON)’ 공연 장면. 3일간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8만8000명으로 일본에서 매년 K콘이 열리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CJ ENM 제공
지난해 일본 내 K팝 매출이 집계 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 차트 집계회사 ‘오리콘’에서 최근 발행한 ‘오리콘 엔터테인먼트 시장 백서 2018’에 따르면 K팝으로 대변되는 한국 대중음악(CD, DVD, 블루레이 등 판매액 합산)의 2018년 일본 매출액은 274억5000만 엔(약 2984억7000만 원)이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에도 양국 문화 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오리콘 차트는 1968년부터 집계된 일본의 대표 음악 차트다. 매출 등 한국 대중음악과 관련한 통계가 백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K팝이 일본 내에서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다. 당시 214억4000만 엔이었던 K팝 매출은 소녀시대, 카라 등 걸그룹 주도의 한류 붐이 일었던 2011, 2012년 2년 연속 260억 엔을 돌파했다. 이후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2015년 165억1000만 엔까지 떨어졌던 K팝 매출은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의 진출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K콘에서 확인한 K팝 열풍
성(姓) 대신 ‘사쿠라(櫻·17·여)’란 이름만 밝힌 한 고교생은 기자에게 “K팝이 좋아 매일 유튜브로 듣고, 춤도 따라 춘다. 한국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 한국 아이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가 나쁜데도 K팝이 좋으냐’는 질문에는 “한일 관계와 K팝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최근 K팝 인기는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K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방송 출연 영상을 직접 찾아서 소비하는 적극적인 팬들이 늘고 있다. 권용석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는 “과거 30, 40대 위주였던 일본의 K팝 소비층이 10, 20대로 바뀌었다”며 “이 젊은 세대는 대부분 TV가 아닌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접한다. 한류 인기가 양국 갈등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 아이돌의 출현 외에도 트와이스, 워너원, 세븐틴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은 38만 명, 트와이스는 22만 명의 일본 관객을 모았다.
○ ‘K팝’을 배우는 ‘J팝’
이에 따라 J팝이 K팝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지난해 한국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 9명과 일본 걸그룹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멤버 3명이 서바이벌 경연을 통해 데뷔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이다. 멤버 12명 중 9명이 한국인임을 감안할 때 K팝에 무게 중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K팝이 일본에 기술을 전수해 J팝을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소니뮤직과 손잡고 J팝 걸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CJ ENM도 국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일본에 수출해 J팝 아이돌 그룹 제작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 K팝, 한국 수출에도 긍정 영향
K팝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한국산 제품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홍보대사로 방탄소년단을 기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19일 현대차와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에스엠투네트웍스에 따르면 홍보대사 위촉에 따른 광고 및 홍보 효과는 약 6000억 원에 이른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 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