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광주 방문 길도 험난
넥타이 잡힌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들어서다 넥타이를 붙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기념식 참석 후 입장문을 통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주=뉴스1
“황교안은 물러가라! 집에 가라, ×××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18일 오전 9시 반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문 민주의 문. 굳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에게 사방에서 거친 말이 쏟아졌다.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싸늘한 민심을 절감했다.
○ 의자, 물병 날아들고 넥타이 잡히고
○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했지만 험난한 퇴장길
어렵사리 자리에 앉은 황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주먹을 흔들면서 따라 불렀다. 주먹을 쥔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황 대표는 19일 “국가기념일에 제창할 수 있는 노래가 법에 정해져 있다. 그 노래 외에 다른 노래를 제창하는 것은 훈령에 맞지 않다. 2016년 그 당시 저는 공무원(국무총리)이었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것은 할 수 없었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모두 따라 불러야 하는 제창으로 바뀌어) 이번에 광주시민들로부터 많은 말씀이 있어서 같이 제창을 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기념식장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참배광장 내 5·18민중항쟁추모탑에 분향을 하려 발걸음을 옮겼지만 “사과하라”는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 분향하지 못했다. 결국 승합차를 타고 5·18민주묘지 후문 비상문으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묘지 후문 펜스가 일부 철거됐다.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황 대표 측이 빠져나간 통로는 비상 상황 때만 열도록 준비된 안전비상문이다. 평소에는 자물쇠로 잠겨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방문을 거부하고 항의하신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리고 이해하고 있다”며 “광주의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들 마음이 열릴 때까지 진정성을 갖고 광주를 찾고 광주시민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라고 덧붙였다.
장관석 jks@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