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몰려온 중국 석사들]‘학위공장’ 전락 일부 학교 수업 파행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우(吳)모 교수 역시 “박사 학위를 따려는 젊은 석사 교수들이 많다”며 “박사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해당 교수에게 1년간 강의를 면제해 주거나, 유학비를 지원해 주는 중국 대학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면 2. 수도권 K대 대학원에서 올해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한 한국인 이모 씨(37)는 올 3월 개강 후 첫 수업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박사과정생 22명 중 6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25명 규모의 수업에서는 중국인 박사과정생이 17명이나 됐다. 문제는 모든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는데도 이들 중국 학생이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될 정도로 한국어에 서툴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학굴기’ 정책에 따라 최근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중국 교수들이 크게 늘면서 수업 파행과 학위 남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교수 가운데 석사학위만 가진 교수는 약 60만 명으로, 지난해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3600명을 넘어섰다.
○ 집중이수제 도입 후 박사과정 유학생 급증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들 중국인 박사과정생은 교육부가 대학 학사과정 자율화 방안의 하나로 허용한 ‘집중이수제’가 2년 전부터 본격화되면서 크게 늘었다. 집중이수제는 통상 15, 16주 과정으로 이뤄지는 한 학기 수업을 단축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학생은 학기 중에는 중국에서 수업을 하고 방학 때만 한국에 들어와 한 학기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당초에는 기간 단축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 중국 측에서 ‘부실 학위’ 항의가 제기된 후 최근 전국대학원장협의회는 ‘원격수업 1주 허용을 포함해 최소 한 학기 과정이 8주는 되도록 짜자’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학 현장의 현실은 달랐다. 중국인 유학 브로커인 온모 씨는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토픽 3급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은 못 한다. 한국 학생이랑 같이는 절대 수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수들은 이런 학생이 오면 굉장히 애를 먹으니 싫어해요. 그래도 정작 대학들은 돈이 급하니까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한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대단합니다.” 온 씨는 “대학들을 돌며 ‘빨리 편하게’ 박사 딸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게 나의 임무”라고 전했다.
수준 높은 논문 작성은커녕 정상적인 소통이나 수업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박사과정 학생들을 받는 교수들은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도권 모 대학 박모 교수는 “최근 맡은 한 중국 박사과정생은 ‘선행연구 분석’이란 개념도 몰랐다”며 “자질이 한참 못 미쳤지만 결국 논문은 통과됐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이 “박사학위를 못 받아 직장에서 잘리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지는 통에 차라리 빨리 졸업시키는 게 낫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모든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점이 있어요. 중국 학생들이 ‘을’일 수밖에 없는 한국 대학 사정을 너무 잘 안다는 점이죠. ‘우리 돈이 아니면 당신들이 먹고살겠냐’는 식이다 보니 ‘중국어 전용 강의를 열어 달라’, ‘중국어 가능 교수를 채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처럼 대학이 힘을 가진 나라여도 그랬을까요.”
○ 재정난 대학, 무차별 학부 입학 허용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만은 ‘학부’에서 더 커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수업을 들을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무차별적으로 입학시킨 후 제대로 학습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A대학 글로벌통상학과는 유학생이 377명으로 전체 학생의 54%에 달하지만 담당 조교는 1명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7년 서울의 B대학 전자정보공학부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 탕궈룽(가명·22) 씨는 “입학 후 2년간 수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해 비교적 알아듣기 쉬운 정치외교학과로 옮겼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지방대에 다니는 C 씨(24·여)는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들이 발표를 모두 중국어로 해 교수님도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