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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계 대모 이경숙… 일흔다섯, 새 잔치가 시작됐다

입력 | 2019-05-20 03:00:00

美 커티스 음악원 첫 한국인 교수로




9월부터 미국 커티스 음악원 교수로 활동하는 이경숙 피아니스트는 “좋은 생활음악인을 육성하는 서울사이버대 활동은 계속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umyoun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을 지낸 이경숙 피아니스트(75·연세대 명예교수)가 9월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 교수로 활동한다. 1924년 설립된 커티스 음악원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작곡가 새뮤얼 바버,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먼, 게리 그래프먼, 랑랑, 유자왕,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등 쟁쟁한 음악가를 대거 배출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첼리스트 조영창, 플루티스트 최나경,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도 이 학교 동문이다.

“지난해 11월 제안을 받았어요. 모교 교수가 된다는 것은 이 학교 졸업생으로선 꿈이자 영광이죠. 꽤 오래 생각했는데, 최초의 커티스 한국인 교수로 힘이 다할 때까지 뛰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의 집안은 ‘커티스 가족’이다. 첫딸인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사 리 콜조넨(45), 둘째 딸인 피아니스트 김규연(34)도 커티스 동문이다. 엘리사의 남편인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스(59)는 2006년부터 이 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커티스는 원래 교수나 실내악 연주자보다 솔로 연주자를 양성하는 학교였어요. 지금은 실용성을 더 가미했고,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들은 커티스가 ‘꽉 잡고’ 있죠.”

그는 “어릴 때 유명한 학교인 줄도 모르고 전액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무작정 시험을 보고 들어갔다”며 웃었다. “필라델피아엔 유명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오페라가 있고, 도시 분위기가 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요. 그 단체들이 커티스를 둘러싸고 있죠. 학교에 다닐 때 명지휘자 유진 오먼디의 연주를 주말마다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미국 대학 학기 중인 5∼9월에는 커티스에서 활동하고 겨울에는 서울에서 지낼 예정이다. 그가 5년 전부터 석좌교수로 힘을 쏟아온 서울사이버대 활동도 계속한다.

“서울사이버대는 피아노 전공 학생이 400명이나 돼요. 나이 제한이 없고, 여러 이유로 피아노를 놓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좋은 피아노 선생님이나 생활음악 반주자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죠.”

서울사이버대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2016년 러시아 그네신 음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필라델피아로 주 활동무대를 옮기기 전 마지막으로 6월 20일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연다. 쇼팽 발라드 전 4곡,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을 연주곡으로 골랐다.

“슈베르트 소나타 21번은 30대 때부터 10년마다 한 번씩 치기로 결심한 곡이죠. 어렵지만 신비할 정도로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내가 이 곡과 함께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 느끼는 게 참 재밌어요. 나이도 있으니 이젠 5년마다 한 번씩은 연주하려고 해요.” 독주회는 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