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통업계 찾아 5G 협력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5세대(5G) 통신장비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삼성의 ‘총수’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메모리반도체나 스마트폰, 가전 등 기존 삼성전자의 주력사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대신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 그동안 삼성전자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았거나 이제 막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도전자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삼성전자를 보면 현재의 주력 사업은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 김현석 사장 등 각 부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5G, AI,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산업은 이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용량의 데이터가 지연 없이 오가며 새로운 통신과 미디어 시장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준 5G가 대표적이다. 5G는 삼성전자의 기존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글로벌 1위에 도전장을 낸 시스템반도체와 AI와도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는 신사업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일본 현지 이동통신사를 1년 만에 다시 찾은 건 ‘도전자’로서 험지에서 새로운 사업을 키우려는 그의 전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AI와 시스템반도체 역시 어려운 도전이다. AI 산업은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대만 TSMC 등 기존 시장 강자들의 아성을 깨야 한다.
삼성전자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5G와 AI,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초반 메모리사업에 진출해 10년 만에 세계 1위로 도약한 후, 이를 기반으로 TV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는 등 ‘산업 전환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도약했던 ‘성공의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