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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정태현 박사 “블랙홀 관측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파급효과 기대”

입력 | 2019-05-21 03:00:00

‘블랙홀 관측’ 과학적 성과 밝혀
21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大서 특별강연 열어 일반인 궁금증 해소




정태현 박사(왼쪽에서 세 번째)가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전파망원경 JCMT로 관측 작업을 하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태현 박사 제공

“우주에서 가장 강한 중력장인 블랙홀 주변의 물리적 현상들을 이해하는 것은 인류에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정태현 박사는 전 세계 13개 기관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 연구진이 블랙홀(M87)의 이미지를 도출해 지난달 10일 공개한 과학적 성과에 대해 20일 이같이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21일 오후 6시 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에서 ‘아인슈타인과 호킹이 상상한 블랙홀을 찍다’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이 과학 핫이슈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특별강연에는 수강신청과 문의가 잇따랐다. 5500만 년을 달려온 빛, 지구보다 큰 천체망원경, 100만 년에 1초 오차…. 그가 인터뷰에서 제시한 수치들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이번에 관측한 것은 블랙홀의 실물인가.

“그걸 가장 많이 오해한다. 우선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에서 각각 블랙홀 주변의 (휘어진 시공간의 물질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했다. 그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비행기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로 옮겼다. 최종적으로 슈퍼컴퓨터로 합성 분석해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실제 관측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천체물리학상의 성과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가 되는 강한 중력의 극한 상황에서도 시공간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원리를 확인해 줬다.”

―관측에 동원된 전파망원경 크기가 지구만 했다는데….

“그렇다. 다만 그렇게 큰 단일 전파망원경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전파망원경이 ‘동일한 대상을 동시에’ 관측하면 그 분포 면적이 망원경의 구경처럼 돼 해상도(분해능)를 높여준다. 이를 전파간섭계 관측이라고 한다. 동시에 관측하려면 시간 오차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전파망원경마다 100만 년에 1초 오차의 수소원자시계를 장착했다. 최고 품질의 관측 데이터를 얻기 위해 관측 지점들의 날씨가 고르게 좋은 시간을 골라야 했다.”

―그럼 앞으로 더 큰 망원경은 기대할 수 없나.

“우주를 활용하면 된다. 전파망원경을 우주로 발사하면 지구보다 큰 망원경 구축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우주전파망원경(RadioAstron)과 우리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한 차세대 전파망원경은 지구보다 2∼40배 크다.”

―지금까지는 왜 블랙홀 관측이 어려웠나.

“그토록 먼 블랙홀 주변의 빛을 관찰하려면 전파 파장이 짧아야 한다. 2000년대 초반에야 이런 관측을 가능하게 하는 1.3mm의 전파 파장이 구현됐다.”

―관측은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데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어떻게 5500만 광년 거리의 블랙홀 관측이 가능했나.

“5500만 년 전 M87을 출발한 빛을 관측한 것이다. 그러므로 M87의 이미지는 5500만 년 전의 것이다. 은하는 짧은 기간에 변화하지 않아 지금도 비슷할 것이다.”

―EHT 프로젝트 참여 연구원이 200여 명이라는데 우리의 역할은….

“한국 EHT 프로젝트를 총괄한 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를 비롯한 10명이 참여했다. 이론적 시뮬레이션을 제외한 관측과 자료 처리, 영상화 등 대부분의 과정에 참여했다. 나는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의 전파망원경 JCMT로 관측을 담당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