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땐 원전 즉시 정지’ 규정 몰라 12시간 가동, 10일 대형사고 날뻔 원자력법 위반 정황… 특사경 첫 투입 조사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1호기를 시험 가동하다 과도한 열로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었는데도 12시간 가까이 계속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무면허 정비원이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을 조작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이 한빛 1호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원전을 정지하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한수원에 특사경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빛 1호기는 지난해 8월부터 정기점검을 한 뒤 이달 9일 재가동됐지만 하루 만인 10일 이상 징후가 발견돼 수동으로 정지됐다.
원안위 조사 결과 한수원이 10일 오전 10시 30분 한빛 1호기의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시작한 지 1분 만에 원자로 열 출력이 제한치(5%)의 3.6배 수준인 18%로 올랐다. 원자로의 열 출력을 1시간에 3%씩 올리는 것이 원칙인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열이 발생한 것이다.
제어봉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기구로 제어봉을 원자로에 넣으면 중성자를 흡수해 열 출력이 낮아지고 이 봉을 빼면 핵분열이 늘어 출력이 높아진다. 제어봉을 원자로에 넣거나 빼는 시험은 봉 자체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원자력안전법 26조에 따르면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는 즉시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위험 수위를 넘기고 11시간 32분 더 가동한 뒤 오후 10시 2분에야 가동을 멈췄다. 이 과정에서 열 출력이 과도하게 치솟아 열을 식혀주는 증기발생기의 밸브가 터지기도 했다.
10일 시험 때는 자격증이 없는 일반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봉 가동 시험은 위험도가 높아 원자로조종면허나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를 가진 직원이 직접 조작한다. 면허 소지자가 감독할 경우 일반 정비원도 제어봉을 제한적으로 조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면허 소지자인 발전팀장은 원안위 조사 때 “당시 현장에서 정비원에게 제어봉을 만지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른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 이후 정원 대비 인력이 부족해 안전관리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한편 17일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시험 가동에 참여한 발전팀장과 운영실장, 발전소장 등 3명을 보직 해임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