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최고위 내홍 격화… 반대파 “선거자금 의혹 조사” 강공
“사즉생을 넘어 ‘사즉사’의 각오로 임하겠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해 5월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으로 했던 말이다. 선거 판세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죽을 각오로 당에 헌신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당내 반대파에선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손 대표를 향해 ‘무엇을 선택해도 어차피 죽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 공식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손 대표 면전에서 “사퇴하라”는 말을 할 정도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게 현실이다.
손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군인 임재훈(사무총장), 채이배(정책위의장), 최도자 의원(수석대변인)의 당직 임명을 강행하자 내홍은 더욱 거세졌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등 반대파 최고위원 3인방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사·보임된 장본인들을 임명해선 안 된다”며 임 의원과 채 의원을 반대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원래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서 당도 만드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한때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노정객이 이런 상황까지 몰린 것을 놓고 다양한 말이 오가고 있다. 정치권의 한 오랜 지인은 “손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 탈당, 민주당 탈당 등 너무 잦은 정치적 선택으로 오히려 정작 중요할 때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도 어떤 선택을 할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취임 후 9개월 동안 제3세력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정치적 기회인 만큼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