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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필요하면 달려가는 ‘모바일 나무’

입력 | 2019-05-21 03:00:00

[환경이 미래다]이동형 화분에 심어 IoT로 관리
SK임업, 도심 등 400그루 설치… 미세먼지 자연 청정기 역할도




SK임업 직원들이 대형 화분에 심어진 이동형 가로수의 생육조건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랜터’를 시연하고 있다. SK임업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주변에는 5∼10m 높이의 주목나무 30그루가 ‘설치’돼 있다. 일반 가로수처럼 땅에 묻혀 있는 ‘고정형 가로수’가 아니라 나무마다 별도의 대형 화분에 심어져 있어 대로변이나 주차장, 실내정원 등으로 이동해 가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화분에 설치된 온습도, 관수 상태를 체크하는 센서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돼 있어 관리자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SK임업이 2014년 국내 최초로 내놓은 설치형 가로수 ‘모바일 플랜터’가 도심 속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일 SK임업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18그루를 모바일 플랜터 방식으로 도입한 이후 5년 만에 SK하이닉스 이천·청주공장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광화문광장 등 공장이나 도심 곳곳에 400그루 넘게 설치됐다.

모바일 플랜터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 공사 없이 도심 속에 작은 숲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만들어진 화분을 가져다놓기만 하면 돼 도심 한가운데에 가로수를 심기 위해 땅을 파고 다시 포장하는 작업이 필요 없다. 장소마다 달라지는 토지의 생육환경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수종을 심을 수 있다.

김완수 SK임업 사업2팀 과장은 “부동산 개발을 할 때 여건상 녹지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거나, 이미 조성이 완료된 곳에 신규로 수목을 식재할 때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소규모 숲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경우 1인당 시내 숲 면적은 4.35m²로 영국 런던(27m²)이나 미국 뉴욕(23m²)의 20%에도 못 미친다. SK임업은 모바일 플랜터가 도심에서 그늘 제공, 온실가스 감소뿐만 아니라 점점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35.7g으로, 99m² 넓이의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약 4000시간 가동한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 특히 가로수는 사람의 호흡기 층(5m)에 존재하는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효과가 크다.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사회적 기업인 조경수 유통기업 ‘헤니’와 손잡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임업 관계자는 “조경수 재배 농민과 직거래를 통해 유통 단계를 간소화함으로써 제작 단가 및 판매 단가를 낮춰 재배 농민에게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