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주문한 文대통령 발언에 경제 오히려 더 꼬일까 우려 커져 대표 정책 일자리는 ‘고용 참사’ 침체된 민간경제 살리는 게 급선무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 당청 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국가 재정 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 분야 최고 의사결정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대통령은 재정이 우리 사회의 중장기 구조 개선뿐 아니라 단기 경기 대응도 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의 보수적 재정운용 태도를 지적하고 재정 지출을 더 늘릴 것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증가율 9.7%의 올해 예산을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경기침체를 막겠다며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말이다.
현 정부 들어 확대 재정지출에도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대표적 정책 중 하나가 일자리정책이다. 고용노동부가 7일 고용정책심의회에서 과거 2년간 일자리정책을 평가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19조2000억 원의 일자리 예산으로 831만 명이 일자리사업에 참여했지만 그 결과는 고용참사였다.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사업 중 사업 종료 후 민간 일자리로 연결된 취업률이 16.8%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장년고용안정지원금과 고용안정장려금 사업도 한마디로 일회성 일자리에 그쳤다. 시간선택제, 신규고용지원제도 등도 산업현장에서 단기성 아르바이트로 끝나버려 고용 안정이나 일자리 창출이란 정책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만 쓴 결과를 가져왔다. 그나마 고용부는 일자리사업 일몰제와 각종 사업 통폐합이라는 치열한 반성의 결과물을 내놓아 다행이다.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순유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난해 최대 규모였던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 1분기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작용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상당 폭 감소할 것이 예상되는데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 생기거나 투자 조정을 하고 싶어도 외화 유동성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는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산요소 투입이 줄어드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혁신성장을 야멸차게 추진하려면 정부가 나서 이해관계가 큰 분야에 대한 해결부터 해주어 민간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난주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미중(美中) 무역분쟁 영향도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이 우리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해 한다는 점도 반영돼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요 부족으로 인한 내수침체 상황이다. 정부가 아닌 가계와 기업이 신명나게 지출할 수 있게 해줘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래야 내년 5월 모임에는 계절에 걸맞게 밝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겠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