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화물-질소산화물-암모니아, 초미세먼지 만드는 최악의 조합 암모니아 배출량만 줄여도 초미세먼지 농도 낮출 수 있어 전국 6곳서 암모니아 농도 측정… 농업분야 배출 연구-관리 첫걸음 암모니아 저감 대책 서둘러야
이태형 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 교수가 8일 서울 중랑구 실험실에서 암모니아 측정 장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도심 속 암모니아 농도가 날씨와 기온, 풍향 등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확인하는 게 이번 연구 목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암모니아(NH₃). 이름만 들어도 코를 쏘는 냄새가 먼저 떠오르는 이 물질이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초미세먼지(PM2.5) 고농도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열쇠’를 암모니아가 쥐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면서다. 암모니아는 공기 중 다른 물질과 결합해 초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을 만들어낸다. 암모니아를 잡으면 초미세먼지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초미세먼지를 줄일 ‘핵심 물질’은 이것
초미세먼지는 직접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른 물질이 화학 반응을 거쳐 2차로 생성된다. 사업장 굴뚝에서 많이 나오는 황산화물(SOx)과 경유차, 보일러 등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이 대표적이다. 이 물질들은 공기 중 화학 작용을 거쳐 초미세먼지가 된다. 이런 2차 생성 초미세먼지가 전체의 약 72%를 차지한다.
암모니아를 줄이면 황산암모늄과 질산암모늄을 모두 줄일 수 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2017년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 모사’ 연구에서 암모니아가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수준이 연평균 m³당 4∼5μg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3μg인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수치다.
○ 암모니아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 생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는 2016년 암모니아를 특정대기유해물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암모니아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나오는지, 언제 많이 나오는지,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악취 관련 연구는 있지만 대기 관리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차 생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암모니아 관리정책 마련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미세먼지 관리 차원에서 잘 알려진 황산화물이나 질소화합물에 비해 그동안 암모니아의 배출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기온이 20도일 때와 30도일 때 중 언제 암모니아로 인한 초미세먼지 생성이 빨라지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이런 결과가 축적되면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발생했을 때 계절별 맞춤형 저감대책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전국 6곳에 설치한 대기오염물질 집중 측정소에 암모니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들여놓았다.
하지만 암모니아 최대 배출원으로 알려진 농업 분야의 배출 연구와 관리는 이제 첫걸음을 뗀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 부문에서 배출한 연평균 암모니아는 2000년대 초반 17만8000t에서 2010년 이후 23만3000t으로 늘어났다. 성재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업 부문에서 암모니아 발생과 그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며 “정교한 자료를 바탕으로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암모니아 배출원 조사 연구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암모니아 저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