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서 추출한 천연 치료제 개발… 인체에 무해해 가로수에 적합 내년 상반기 대량생산해 활용 계획
잎사귀에 구멍이 나는 갈색무늬구멍병에 감염된 벚나무 잎(위 사진)과 건강한 벚나무 잎. 갈색무늬구멍병에 감염되면 단풍이 들기 전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배창환 연구관은 “갈색무늬구멍병에 걸리면 단풍이 들기도 전인 8, 9월에 잎사귀가 다 떨어져 버린다”며 “전남 구례 등 벚꽃길로 유명한 지역에선 이 병이 큰 골칫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벌레가 잎사귀를 먹은 줄 알고 살충제를 뿌린다. 이 병은 나무 생장에 큰 피해는 없지만 미관상 좋지 않고 다음 해 꽃을 피울 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남대 김진철 교수 연구진과 함께 2016년부터 갈색무늬구멍병에 효과적인 천연균 1000여 종을 실험했다. 그 결과 2017년 12월 토양에서 추출한 ‘바실러스 메틸로트로피쿠스 8-2균주’를 찾아냈다. 연구진이 지난해 전남 장성과 광주에서 벚나무에 해당 균주로 만든 천연식물보호제를 뿌렸더니 이 보호제를 뿌리지 않은 나무에 비해 갈색무늬구멍병의 억제 효과가 2.5배로 나타났다. 농약을 뿌릴 때와 방제 효능이 유사했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천연식물보호제는 내년 상반기 대량 생산해 먼저 구례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병윤 생물자원연구부장은 “미생물을 활용한 천연식물보호제는 벚나무의 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