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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우산으로 교통사고 줄여요”

입력 | 2019-05-22 03:00:00

시야 가리지않고 불빛 반사… 어린이 사고발생률 평균 27% 감소
현대모비스, 10년간 100만개 선물… 볼보트럭코리아도 나눔 캠페인



20일 서울 고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현대모비스가 배포한 투명우산을 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학교 방문뿐만 아니라 개인 사연 신청 등을 통해 10만 개 이상의 투명우산을 매년 배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네 살짜리 딸의 우산을 투명우산으로 바꿨다. 비 오는 날 운전을 하던 김 씨가 우산을 쓰고 걷던 어린아이를 칠 뻔한 경험을 하면서다. 김 씨는 “처음엔 우산을 쓰고 가는 어린이가 장애물처럼 보여서 사람인 줄 몰랐는데, 차량 쪽으로 갑자기 이동해서 놀랐다. 나도 아이를 못 봤고, 아이도 차를 못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있은 뒤에 곧바로 시야가 트인 투명우산으로 아이 우산을 바꿔줬다. 아이는 싫다고 울었지만 안전을 생각해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명우산은 색이 있는 일반 우산과 달리 모든 면이 투명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키가 작은 어린이가 모든 면의 시야가 막혀 있는 우산을 쓸 경우엔 땅만 보고 걷다시피 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우산을 쓰고 걷는 어린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투명우산은 비닐 재질로 만들어지다 보니 자동차 불빛을 반사해 운전자가 어린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전교생 500명에게 투명우산을 나눠주는 ‘투명우산 나눔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캠페인으로 현대모비스가 지금까지 전국에 배포한 투명우산은 100만 개에 달한다. 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한 투명우산의 손잡이에는 비상용 호루라기도 있어 위급 상황을 주변에 알릴 수도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도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들과 시민들에게 투명우산을 나눠줬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자사 트럭을 교통안전교육 트럭으로 개조해 초등학교나 사회 교육기관에 찾아간다. 교육을 이수하면 안전교육 수료증과 함께 투명안전우산과 안전팔찌 등도 증정한다. 이 트럭을 활용해 지금까지 약 3만5000명의 어린이가 교통안전교육을 받았다.

투명우산 나눔 캠페인에 참여한 104개 교육기관, 6만40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투명우산의 효과를 도로교통공단이 검증한 결과 최근 2년간 캠페인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평균 27% 줄었다고 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어린이 교통사고 평균 감소율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도로교통공단 김보형 차장은 “비가 오는 날이면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가 더 가려지기 때문에 투명우산을 쓰면 사고율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투명우산에 더해 형광색이나 밝은 단색의 비옷이나 옷을 입으면 사고 확률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