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등 3개사 성적표 첫 발표… ‘더블보텀라인’ 경영 본격 나서
SK그룹이 16개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시장에 공개하기로 하고 21일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핵심 3개 계열사의 지난해 성적표를 먼저 발표했다. 재무적으로는 큰 이윤을 냈어도 일부 사회적 가치 항목에선 1조 원이 훌쩍 넘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족한 부분도 가감 없이 공개하라”고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은 “기부나 자원봉사 같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의 사업 활동 본질에서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내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화폐 단위로 계량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사회적 가치 성과를 △경제 간접기여 성과(고용·배당·납세) △비즈니스 사회 성과(환경·사회·거버넌스) △사회공헌 사회 성과(기부 및 자원봉사 등) 3개 분야로 각각 나눠 측정했다. 예컨대 특정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는 기존 서비스에 비해 더 나아진 부분을 돈으로 환산해 사용자 수를 곱한 수로 인정하는 식이다. 또 온실가스 배출 등은 ‘사회적 비용(―)’ 요소로 반영된다. 계열사별로 이 같은 사회적 가치 성과 측정을 위한 ‘수식’이 60∼70개, 그룹 전체로 보면 1000개가 넘는다.
올해부터는 계열사 및 임원의 성과 평가에 이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가 50%의 비중으로 반영된다.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 개발이나 판매, 협력사 지원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늘리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SK가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 성과와 사회적 가치 성과를 동일하게 반영하는 이른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과측정 방식이 재무 성과와 비례하는 주주 가치나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질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좇는 건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SK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SK의 변화에 동의한다’는 답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향후 사회적 가치 성과 시스템을 내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동하는 한편 학계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소비자 피해 관련 사고 등 적합한 측정 방법을 발굴하지 못한 지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측정 체계를 꾸준히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또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 13곳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글로벌 표준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