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 30%가 수돗물 더 맛있다고 했지만 “배수관 못믿어 그냥 안마셔”
17일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열린 ‘2019 물맛 블라인드 테이스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를 감별해내기 위해 물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는 1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10여 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커피나 술의 블라인드 테이스트처럼 물을 블라인드 테이스트하는 현장이었다. 물 석 잔 가운데 서울 수돗물 아리수를 감별해내는 테스트다. 나머지 두 잔은 시중에서 파는 각각 다른 생수다. 오가던 시민들은 “물맛을 맞힌다니 재미있어 보인다” “테스트 기념품인 텀블러를 받고 싶다”며 걸음을 멈춰 테스트에 참여했다.
대략 10명 가운데 5명은 아리수가 몇 번인지 알아맞혔다. 다만 아리수를 맞힌 까닭은 “시원하고 깔끔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에서부터 “왠지 비린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는 부정적인 인식까지 다양했다. 중학생 한동균 군(14)은 “평소 학교에서 운동하고 수돗물을 자주 마셔서 그런지 물맛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안재영 군(14)은 “다른 물은 아무 맛이 안 나는데 수돗물은 왠지 소독약 같았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마치고 ‘가장 좋다고 생각한 물과 그 이유’ 등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양상도 마찬가지였다. 이날까지 5일간 블라인드 테이스트에 참여한 1505명(남자 796명, 여자 709명) 중 ‘가장 맛있다’고 한 물의 비율은 서로 비슷했다. 아리수를 선택한 사람은 30.5%, 나머지 두 가지 생수는 각각 31.2%와 28.3%였다. ‘잘 모르겠다’는 10.0%였다. 참여자의 40.2%가 아리수 구별에 성공했다.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상수도관의 99%는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관 등으로 교체됐다. 나머지 1%는 2022년까지 바꿀 계획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또 사유지 주택 배수관 교체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은 지 25년이 넘은 주택 38만9000가구의 수도관 교체를 지원했다. 단독주택은 150만 원, 다가구주택은 250만 원, 아파트는 가구당 120만 원까지 지급된다. 수도관 교체를 원하는 사람은 다산콜센터(120번)나 서울시 8개 수도사업소,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아리수 품질 검사 역시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