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한국당 대표 ‘숙소 인터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밤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을 마친 뒤 숙소인 인천 중구 인현전동의 한 경로당에서 이부자리를 펴놓고 잘 준비를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정으로의 민생대장정은 곧 끝나겠지만 국민 속으로의 대장정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 페이스북
“정말 독재자(김일성, 김정일)가 있었고 본인(김정은)도 독재자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라는 말은 김정은에게 해야 했던 것 아닌가.”
20일 오후 10시경. 전북 군산 일정을 마치고 인천의 한 경로당에 짐을 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한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7일 부산에서 시작한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번 주말 마무리한다. 그의 얼굴엔 면도를 채 못한 듯 수염이 돋아나 있었고 인터뷰 내내 평소의 중저음과는 다른 잠긴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5·18 기념식 현장에서 ‘황교안은 전두환’ 피켓이 등장했고 ‘독재자의 후예’로도 지목됐는데….
황 대표는 21일 오전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에도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청중을 가리키며)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하나의 막말은 또 다른 막말을 낳는다”고 받아쳤다. 전날 황 대표는 인천 경로당에서 “저쪽(현 여권)은 무능해서 우리가 차근히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면서 “‘저쪽은 만들어 놓은 걸 부숴 놓은 사람들, 파괴하고 혁명하자는… 이석기 이런 사람들처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5·18 기념식 참석을 저지하는 시위대에 넥타이도 붙잡혔는데….
“뭐,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는데, 넥타이 잡아채려 그런 게 아니라 제 몸 어디든지 붙잡고 막으려 한 것이겠지…. 악의적, 고의적으로 한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취임 직후부터 5·18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18 폄훼 발언을 한 의원들을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 대표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썼고 나는 폐지론을 썼다”고 했다. 여권이 ‘황교안=공안’ 이미지를 굳히려 하는데….
“(박 시장의) 시야가 좁은 거다. 검사는 사건의 절반은 기소하지만 절반은 불기소한다. 검사는 죄를 처벌하지만 용서하고 풀어주는 ‘공평한 인권의 수호자’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황 대표와의 인터뷰는 경로당 이부자리더미 옆에서 진행됐다. 한쪽에선 이헌승 당 대표비서실장과 민경욱 의원이 침구류를 들고 다녔다. 경로당 내 창고 옆쪽에선 퀴퀴한 냄새가 났다. 이 실장이 기자에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다”고 말하자, 황 대표도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동가식, 서가숙”이라고 따라했다.
―대장정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보수 통합에 나선다는 관측이 많다.
―부처님오신날 합장을 안 한 것을 놓고 ‘통합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합장이라…. 나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기독교인이고, 합장이라는 건 불교용어 아닌가. (형식은 다르지만) 같은 방법으로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다.”
―18일간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혀 달라.
“민생 대장정은 끝나겠지만 한국당이 뜻하는 바를 이루려면 갈 길이 멀다. 국민 속으로의 민생 대장정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니겠나 싶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