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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 누가 미친 건가?

입력 | 2019-05-22 03:00:00

23일 개봉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21세기 버전 돈키호테의 초현실적인 모험담을 담은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미국의 거장 테리 길리엄 감독이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모티프로 만든 작품이다.

보드카 광고 촬영을 위해 스페인 시골로 온 천재 CF 감독 토비(애덤 드라이버)는 10년 전만 해도 순수한 열정이 넘치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촬영이 잘 풀리지 않던 차에 스페인에서 촬영한 자신의 졸업 작품이자 출세작인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DVD를 우연히 보고 과거를 떠올리며 영화 촬영지였던 작은 시골 마을을 찾는다. ‘돈키호테’ 역을 했던 구둣방 할아버지 하비에르(조너선 프라이스)는 자신이 진짜 돈키호테라고 믿으며 중세 기사 복장으로 스페인 시골을 떠돌고 있었다. 하비에르는 토비를 돈키호테의 종복 산초라 부르며 반갑게 맞이하고 토비의 의지와 관계없이 두 사람은 스페인 시골 곳곳으로 좌충우돌 모험을 함께한다.

영화는 돈키호테와 토비의 시선을 따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중세 무어인들의 은신처인 줄 알았던 마을은 사실 모로코 불법체류자들이 사는 곳이었고 토비가 죽은 당나귀 옆에서 발견한 스페인 금화는 가짜로 드러난다.

환상과 현실이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스페인 구석구석을 비추던 영화는 막바지 30분 하이라이트인 궁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가장무도회에 도달한다. 정신 나간 노인으로 치부되는 ‘돈키호테’ 하비에르는 러시아 재벌이 펼치는 천박한 쇼의 일부로 이용당하는 가운데서도 기사도 정신을 잃지 않는다. 무고한 여인들에게 걸린 마법을 풀기 위해 ‘산초’ 토비의 만류에도 용감하게 말을 타고 달나라로 향하는 하비에르의 모습은 관객에게 ‘누가 과연 미친 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 얽힌 불운과 우여곡절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길리엄 감독은 돈키호테의 영화화를 오랫동안 꿈꿨지만 제작에 착수한 이후 약 20년간 온갖 투자와 캐스팅 문제, 소송 등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이상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마침내 영화를 완성해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칸 상영 직후 약 20분간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23일 개봉.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