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글로벌 교역 한파 회복하던 對中수출 다시 큰 타격… 7개월 연속 증가 對美수출도 하락 미국 경기 둔화땐 충격 불가피 WTO “무역전망 더 악화 가능성” 경고
반도체 단가 급락과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이달 들어 한국 기업이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동반 감소했다. 글로벌 교역 부진이 가속화하면서 개방 경제인 한국이 수출로만 먹고살기 힘든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중 양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폭탄의 충격파가 다음 달 이후 확산되면 한국은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 부진에 휘청거리는 한국 수출
지역별로 한국의 최대 무역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이달 20일까지 15.9% 감소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올 1월 ―19%를 나타낸 뒤 점차 개선돼 지난달에는 ―4.5%였지만 5월 들어 다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중국 수출 감소세가 1월 ―19%에서 4월 ―4.5%로 축소된 것을 두고 중국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먹혀들고 있다고 봤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경기 위축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내수 활성화에 나서면서 중국 시장에 물건을 파는 한국 기업도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기업 제품은 대부분 중간재로 중국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완제품으로 조립돼 다시 해외로 수출된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의 대중 주요 수출품은 대부분 중간재여서 중국 내 소비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둔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무역분쟁으로 미국 경기 꺾이면 ‘겹악재’
대미(對美) 수출이 4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한 것은 미국 경제가 호황이어서다. 현지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 5세대(5G) 통신망 건설을 위한 장비 공급 증가 등이 한국 기업의 일반 기계, 무선통신기기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4월 소매 매출이 전달보다 0.2% 감소하고 제조업 생산 역시 전달 대비 0.5% 감소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 가격을 1% 올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한다면 한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글로벌 교역 위축이 최대 악재
무엇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세계 교역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 최대 악재다. 세계무역기구(WTO)가 20일(현지 시간) 내놓은 올 2분기(4∼6월) 세계무역전망지수(WTOI)는 96.3이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무역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WTO는 “무역 긴장이 고조되거나 거시경제 정책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무역 전망은 향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이럴 경우 기업이 투자 등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