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의 민은경-이소연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인 민은경(왼쪽)과 이소연은 “2013년 입단했을 때에 비해 창극 팬 층이 눈에 띄게 두꺼워지고 있다”며 “심청의 구슬픈 마음을 담은 값진 소리로 관객에게 보답하겠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창극 ‘심청가’에는 두 명의 심청이 등장한다. 서울 중구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17일 만난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37)과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 씨(35)는 이렇게 당부했다.
다음 달 5일 막을 올리는 국립창극단의 ‘심청가’는 지난해 첫 공연 후 올해로 두 번째다. 심청 역은 인당수에 빠지기 전과 후로 구분해 두 소리꾼이 한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한다. 본래 완창으로 5∼6시간이 소요되는 판소리 ‘심청가’의 좋은 대목과 일부 장면을 선택해 2시간 30분으로 압축했다.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作唱)과 도창을 맡았으며,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도 함께 도창으로 나선다.
민은경은 “두 번째 공연이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지만 결국 기본은 소리”라며 “제가 담을 수 있는 그릇 안에서 소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소연 역시 “심청이가 홀로 소리하는 부분은 철저히 개인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더 힘 있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내야 한다”며 “창극 배우로서 훌륭한 소리꾼이 되는 게 먼저”라고 했다.
2013년 함께 창극단에 입단한 두 소리꾼은 평소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언니, 동생 사이다. 다만 심청가에서는 언니인 민은경이 어린 심청을 맡고, 동생 이소연은 성인이 된 황후 심청을 연기한다.
민은경은 이를 “소리꾼으로서 서로가 가진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와 신체조건에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소연이가 황후에 더 적합하다”고 했다. 이에 이소연은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처럼 언니의 소리에 강단과 소신이 담겨 있다. 소녀 같은 체구에도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판소리의 다섯 바탕(춘향가, 흥부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을 공부하느라 “쉴 시간도 별로 없다”는 두 사람은 어느덧 중견 소리꾼이 됐다. 때문에 소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한참 동안 판소리의 앞날을 논하던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다.
“소리 공부에는 끝이 없어요. 다른 걸 신경 쓰면 자꾸 소리를 놓쳐요. 결국 기본부터 잘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웃음)”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