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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독설가’ 노엘 갤러거의 역설

입력 | 2019-05-22 03:00:00


2019년 5월 21일 화요일 맑음. 확실히 아마도.
#315 Oasis ‘Live Forever’(1994년)

“그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준다고? 짐승 같은 놈들한테 내가 왜 좋은 일을 해줘?”

2017년 영국 맨체스터 테러 추모곡으로 오아시스의 ‘Live Forever’가 불린 일을 언급하며 테러리스트들에게 직접 들려주고픈 노래가 없느냐고 묻자 노엘 갤러거가 분개했다. 20일 오후 서울 인터뷰에서 일어난 일. 과연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의 전 리더이자 세계적 악담꾼 갤러거다웠다.

케이팝에 대해 “새로 나온 시리얼 상표냐”, BTS에 관해서는 “통신사 이름이냐”고 반문하던 그의 거침없는 일갈이다. 저 유명한 ‘갤러거 어록’에 한 줄 추가해야 마땅하다. 다른 밴드에게 ‘그런 ×같은 밴드를 들을 만큼 오래 살아 자랑스럽다’고 논평한 그는 이런 말도 한 적 있다.

“그럼 나도 다른 연예인 놈들이 하듯 2초에 한 번씩 (인터뷰에서) ‘Amazing!’만 연발하면 좋겠나.”

그가 미간을 진지하게 찌푸리고 하는 독설들은 늘 상상을 초월하기에 농담처럼 유쾌하기까지하다.

오장육부를 확신으로 채웠을 듯한 갤러거가 노랫말에 잘 쓰는 단어가 ‘maybe’다. ‘Wonderwall’이나 ‘Live Forever’를 보라. 데뷔앨범 제목도 ‘Definitely Maybe(확실히 아마도·사진)’다. ‘산사태에 깔려/하늘의 샴페인 초신성으로’(‘Champagne Supernova’ 중) 같은 패러독스.

갤러거는 어제 옛 히트 곡들을 돌아보며 “내가 쓴 가사이지만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했다. “첫줄이 떠오르면 나머진 그냥 자동적으로 따라 나오니까 말이지.”

독설과 달리 그의 가사는 대체로 따사롭다. 요약하면 ‘세상사 어찌될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거짓말 말고 우리 마음의 눈 믿고 나아가 보자’랄까.

그가 쓴 ‘Live Forever’는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자살을 보고 지은 곡. ‘당신과 나 영원히 살 거야’로 끝나는 막무가내 희망 노래다. 신나는 G장조로 시작하지만 ‘살리라 영원히’ 대목에서는 a단조 느낌으로 애틋하게 마무리하는 게 또 패러독스다.

영원히 살아보자. 할 말은 하면서. 가슴은 데운 채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