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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문제, 文대통령이 대응하라”는 日외상

입력 | 2019-05-22 03:00:00

고노,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시사… 아베, 부임인사 간 남관표 대사에
“한국 적절 대응해야” 중재위 촉구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21일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히 책임을 가지고 대응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인사가 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직접 대응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노 외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도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낙연 총리가 이 문제를 총괄한다고 해서 일본도 억제적 대응을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이 총리가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며 “이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15일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행정부가 나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또 “필요하다면 국제사법의 장소에서 확실히 이 문제를 해결해 가고 싶다”고 했다. 청구권 협정에 따른 양자 협의 및 중재위원회 개최가 모두 무산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뜻을 밝힌 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가세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부임 인사차 관저를 방문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청했다. 청구권 협정에 기초해 중재위원회 개최에 응할 것을 한국 측에 재차 요구한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해석했다.

청와대는 일본의 강제징용 중재위 구성 요구에 대해 “외교부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이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대통령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한 일본 외상의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 해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