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진해의 벚꽃' 번역서 출간
35년간 일본어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이애옥 씨(63·창원여성회관 일본어강사·사진)는 요즘 한 일본인이 20년 전 발간한 책의 번역서를 내고 이를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씨의 번역서는 다케쿠니 도모야스(竹國友康·70) 씨의 ‘진해의 벚꽃-한일역사여행’이라는 책이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대입학원 강사였던 다케쿠니 씨는 1992년 봄 군항제가 열린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를 방문하며 인연이 닿았다. 진해시내 벚나무와 군항(軍港), 이순신 장군 유적, 일본식 가옥을 본 뒤 호기심이 발동해 7년간 역사여행을 했다. 이 책은 기록문학이자 민간인이 발로 뛰어 확인한 사실에다 각종 증언을 모아 만든 한반도 주변 역사서다.
‘제포와 삼포왜란’ ‘웅천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침략’ ‘왜성’ ‘러일전쟁과 진해만’ ‘군항 건설’ ‘일본의 패전과 일본인 귀환’ ‘진해에 살았던 사람들’ ‘로터리와 진해 신사(神社) 흔적’ 같은 소제목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최초의 이순신 장군 동상’ ‘일본인의 조선어’ ‘진해의 벚꽃축제’ ‘벚꽃과 내셔널리즘’ ‘김밥과 노리마키(김초밥)’도 눈에 띈다. 참고문헌 목록만 6쪽에 이를 정도다. 경남대 석좌교수인 정일근 시인은 “다케쿠니 씨는 진해가 고향인 필자보다 진해를 폭넓고 깊이 알았다. ‘벚꽃 도시 진해’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제자리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다케쿠니 씨는 한국어판 후기에서 “한국과 일본이 ‘폭’은 넓게, ‘문턱’은 낮게 교류하면 좋겠다. 도량이 넓고 호흡이 긴 대화가 있는 교류가 양국 사람들 사이에 필요하다”고 적었다. 번역서 출판을 제안하고 실행한 이 씨와 그의 집념을 잘 꿰어준 출판사 논형의 소재두 대표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다케쿠니 씨는 한일 목욕문화를 다룬 ‘한국 온천이야기’,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등의 책을 한국어판으로 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