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업무 담당 퇴직공무원 11명… 해경, 해안방제 전문위원으로 임명 평소 오염사고 대비 매뉴얼 교육, 사고땐 현장에서 방제 노하우 제시
지난해 8월 인천 중구 연안부두 앞바다에서 인천해양경찰서 직원들이 방제정을 타고 흡착포를 이용해 유출된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지난해 8월 6일 인천 중구 연안부두 앞바다에서 300t급 예인선이 침몰해 배에 실려 있던 연료용 벙커C유와 폐기름 8t이 유출됐다. 이 사고로 예인선 침몰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약 8000m² 해상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기름띠가 더 퍼질 경우 인근 연안 양식장과 연안부두 주변에 몰려 있는 횟집 및 어시장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연평도와 백령도,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게 될 긴박한 순간이었다.
해양경찰청은 즉시 방제정과 인근 어선 약 40척을 동원해 해양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해양오염방제국에서 34년간 근무하다 2016년 퇴직한 김창균 해안방제기술 전문위원(64)을 파견했다. 이들 지역 방제는 인천항만공사와 관할 중구가 담당하게 돼 있지만 김 위원의 오랜 경험을 살려 신속한 피해 복구에 도움을 주라는 취지였다.
현장에 도착한 김 위원은 해안가 취수구와 여객선 주변에 오일펜스를 치라고 주문했다. 이어 해안가로 몰려오는 기름띠를 흡착포로 제거하는 작업을 도왔다. 김 위원은 “현장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방제작업을 벌여 큰 피해 없이 열흘 만에 사고를 수습했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안가에 용량 300t 이상 저유(貯油)시설을 운영하는 유류공급 업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오염사고 발생 대비 매뉴얼과 방제 기술을 가르친다. 지난해에만 250차례 교육과 상담을 진행했다. 전국 해안가를 돌며 어촌계 소속 국민방제대원에게 현장안전수칙을 교육한다. 해안가 위험 시설을 현장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고 방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한다.
오염사고가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지자체 방제 업무 담당자와 함께 해안가 특성을 감안한 효과적인 방제 기술을 제시한다. 방제 작업 동원 인력이 발암물질에 노출되거나 피부병 등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종 보호 장비를 착용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임무 가운데 하나다.
임택수 해양오염방제국장은 “전문위원들이 보유한 방제 기술을 퇴직한 뒤에도 활용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며 “지자체의 오염 사고 대응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해경의 해안방제기술 지도사업을 ‘퇴직공무원 사회공헌 우수사업’으로 선정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