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올 성장률 2.6→2.4% 낮춰… 반도체 경기 꺾이자 부실체력 민낯 성장 이끌 대체재 없어 더 큰 위기… “장기 저성장 기조로 가는 중” 진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저성장 기조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0.2%포인트 낮은 2.4%로 수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춘 지 하루 만이다. 한국 경제가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2.6∼2.7%)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데다 중장기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아 ‘저성장의 늪’에 빨려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KDI는 22일 내놓은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4%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 2.6%보다 0.2%포인트 낮다. 이는 한 나라의 경제가 급격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 잠재성장률 추정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부진에 빠진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를 계기로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던 부실해진 기초 체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반 이후 반도체 경기가 꺾인 뒤 수출과 투자, 내수가 연쇄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반도체 외에는 성장을 이끌 신산업 분야의 후발주자가 없다는 게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20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종전 예상보다 10만 명가량 늘어난 것이지만 재정 투입 효과로 보건·의료복지 분야 일자리가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개혁으로 민간 분야 일자리가 자생적으로 늘지 않는 한 고용난을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DI는 한국 경제가 자본과 노동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를 풀지 않으면 20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1%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욱 KDI 경제분석실장은 “고용 유연성 확대, 규제 개선 등으로 시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기자